책을 되새김질하다

후쿠시마의 고양이

대빈창 2017. 1. 26. 02:31

 

 

책이름 : 후쿠시마의 고양이

지은이 : 오오타 야스스케

옮긴이 : 하상련

펴낸곳 : 책공장 더불어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사고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에 남겨진 동물들을 사진에 담아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 2013)을 펴냈다. 책은 1책 2권의 두 번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의 마지막 사람’ 마츠무라씨를 사진작가는 2011년 6월에 처음 만났다. 그는 폭발한 핵발전소에서 10㎞ 떨어진 모두가 떠난 도미오카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챙기고 있었다. 마츠무라씨의 가족은 이시마츠라는 이름의 개, 타조 모모, 멧돼지, 망아지 그리고 소 30마리였다.

책의 주인공 시로와 사비를 마츠무라씨는 2013년 초여름에 처음 만났다. 후쿠시마현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시설 앞에 고양이 네 마리가 버려져 있었다. 녀석들은 보건소로 보내져 살처분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은 살 운명이었다. 후쿠시마의 버려진 수많은 동물들을 보살피던 마츠무라씨와 연락이 닿았다. 수컷 두 마리는 홋카이도로 입양되었고, 자매 시로와 사비가 함께 살게 되었다. 주인은 녀석들의 이름을 단순하게 지었다. 시로는 일본어로 하얗다, 사비는 녹이라는 뜻이다. 사비의 얼룩무늬가 녹이 슨 것 같았다. 2014년 4월 시로와 사비가 사이좋게 다섯 마리씩 새끼를 낳았다. 열 마리에서 세 마리는 입양하고, 일곱 마리는 서로 공동육아로 키웠다.

마츠무라씨는 후쿠오카에 자발적으로 남아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했다. 소먹이를 구하러 멀리 가거나, 강연을 하러 마을을 떠나게 되면 마츠무라씨의 아버지가 대신 불쌍한 동물들을 거두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초기 상태로 되돌리고 싶어했다. 한 마디로 ‘리셋(reset·초기화)’ 이었다. 하지만 마츠무라씨는 말했다. “그래, 비록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이지만 함께 살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버려진 한 생명이라도 구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덧없이 죽어 가는 동물들을 좀 더 많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79쪽) 마츠무라씨에게 지금까지 함께 살아 온 동물들은 후쿠시마의 또다른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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