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대빈창 2017. 2. 8. 07:00

 

 

책이름 :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지은이 : 김주대

펴낸곳 : 현암사

 

시서화집(詩書畵集)은 4부에 나뉘어 100편이 실렸다. 시 한 수와 그림 한 점이 짝을 이루었다. 시 100편과 그림 100점이었다. 작품 해설은 연구 공간 ‘수유 너머’ 연구원인 철학자 이진경의 몫이었다. 부제(副題)는 본문 시에서 따왔다. 1부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을 넘는다」, 2부 「산다는 것은 나를 견디는 것」, 3부 「달의 지평선에 지구가 뜨면 어느 날 나는 거기 있을 것이다」, 4부 「사람들은 표 나게 인자하지만 나는 아직 꾸준히 잔인해야겠다」. 표제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은 「특수상대성」(65쪽)의 2행에서 따왔다. 「특수상대성」(95쪽)이라는 제목의 시가 두 편이었다. 3부 부제(副題)는 「꿈」(140쪽)의 전문이다. 4부의 시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자가 시인’임을 알려 주었다. 철거민, 비정규직노동조합, 노숙자, 폐지 줍는 노인 그리고 세월호 참사 등.

 

산정의 어떤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모든 가지가 뻗어 있다

근육과 뼈를 비틀어

제 몸에 바람을 새겨놓은 것이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26쪽)의 전문이다. 책장의 유일한 시인의 시집 표제(表題)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소셜펀딩 시집〉이라는 띠지의 문구와 함께 세찬 바람에 허리를 꺽은 산정의 나무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랬구나. 그림은 시인의 문인화이었다. 시인은 시화(詩畵)에 낙관을 두 개 찍었다. 하나는 시인의 이름을 새긴 일반적인 낙관이었다. 다른 하나는 유인(遊印)으로‘命’이나 ‘목숨’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시인은 한때 죽고 싶었으나 시가 살렸다. 그래서 택한 단어였다. 시인은 이른 나이인 대학 4년 때 〈민중시〉로 등단했다. 시인은 학원사업으로 엄청나게 큰돈을 벌었으나 20년 가까이 해 온 사업이 쫄딱 망했다. 시인은 그 시절 죽음을 생각하며 술만 마신 폐인이었다. 시가 그를 살렸다. 앞서 소개했던 『멍게』의 시인 성윤석과 닮은꼴이었다. 시인은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망하길 잘했죠. 지금 훨씬 좋아요. 원래 나로 돌아온 거예요. 정말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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