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사라진 노래
지은이 : 최용탁
펴낸곳 : 현대사가
표제작 「사라진 노래」는 목숨을 던져가며 시에 집착하는 불우한 시인을 그린 예술가 소설. 「첫사랑」과 「배」는 농촌소설로 도로변 복숭아·옥수수 간이판매대를 둘러싼 경쟁에서 조우한 첫사랑과 일찍 떠난 남편을 못잊어 배 저장고에서의 습관성 독작(獨酌)과 화재로 중태에 빠진 미망인을 그린 실화소설. 「숲으로 난 먼 길」은 이사 한 변두리 저층 아파트에서 만난 샤머니즘적 분위기를 풍기는 천치 사내와 한때 신흥종교 ‘오로라’에 빠졌던 전직교사 막노동꾼의 인간적 비의를 다룬 소설. 「능생이가 살아있다」는 멸종 포유류 능생이가 나오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실험소설. 「등 뒤의 유토피아」는 선관위 공무원이 선거제보에서 알게 된 진보정당 후보자의 ‘기본소득제’ 강의를 이해하는 과정. 「그 여자, 봄밤을 걷다」는 유령노조 무효와 민주노조 결성 파업·농성 투쟁에서 용역깡패에 잔인한 린치를 당한 여성노동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소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은 한국전쟁이 남긴 비극적인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루었다.
여덟 편의 작품이 실린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사라진 노래』를 뒤늦게 손에 넣었다. 나는 아둔함을 탓하기보다 작은 분노를 느꼈다. 이문구의 농촌소설을 탐닉하다 작가의 타계 후 한동안 허망에 빠졌었다. 벽력처럼 이시백과 최용탁이라는 걸출한 두 작가를 만났다. 타성(?)에 젖어 연례행사처럼 펼쳤던 세계문학상·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손을 떼었다. 두 작가의 작품을 편집증적 강박증으로 잡았다. 책을 녹색평론이 펴낸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앞날개를 펼치고 알았다. 화가 났다. 정보를 얻고 가끔 책을 구매하는 이 땅의 가장 잘나가는 온라인서적에 책은 그림자도 없었다. 다행히 한곳의 인터넷 서적에 책이 있었다. 배송료를 아끼려 이태준의 신간 『문장강화』 양장본을 함께 주문했다. 비회원주문으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바다를 건너온 책을 손에 넣었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던가. 세상을 본 지 2년 만에 만나다니. 아마! 원인은 듣도 보도 못한 출판사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현대사가》는 2014년 10월에 출판등록을 하고, 그해 12월에 이 소설집을 펴냈다. 그 후 출판서적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출판사는 소설집 한 권을 내고 문을 닫았을 지 모르겠다. 다행이었다. 작가의 잃어버린 소설집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작가에 이처럼 끌리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작가는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리얼리스트 100〉의 회원이었다. 〈리얼리스트 100〉 규약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창작자들의 모임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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