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대빈창 2017. 5. 11. 05:44

 

 

책이름 :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지은이 : 고다마 시에

옮긴이 : 박소영

펴낸곳 : 책공장더불어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2013년) / 후쿠시마의 고양이(2016년) /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2009년) /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2016년)

 

내가 손에 넣은 《책공장더불어》의 책들로 세 번째로 손에 잡은 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에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았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책을 펴내는 1인출판사를 만났다. 김보경 대표가 기획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동분서주하는 출판사였다. 책공장더불어는 이렇게 강조했다. “동물복지, 유기 등 사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유가 진실을 대면하기 위해서”라고.

사진작가 고다마 시에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안락사 되기까지 마지막 3일을 보내는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의 모습을 담았다. 책은 국내 최초로 유기동물 문제를 수면위로 떠올렸다. 개 16만 4209마리, 고양이 25만 5628마리 ······. 이 숫자가 일본에서 살처분되는 ‘생명’이었다. 포획된 동물은 보호소에 온지 3일째, 주인에게 직접 끌려 온 개나 고양이는 당일 날 처분되었다. 약물 투여가 아닌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개나 고양이는 가스실에서 울부짖고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다 죽어갔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동물이다. 아니 자기기만에 능했다. 이것은 안락사가 아니다. 살처분이다. 유기견이 보호소에 수용되었다가 원래 주인 곁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84%는 보호소에서 이틀 밤을 보낸 후 살처분되었다. 보호소에 들어 온 동물 중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는 비율이 개는 8%, 고양이는 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땅의 사정은 어떠할까. 2008년 통계를 보면 다섯 가구에 한 가구꼴로 반려동물이 있으며, 반려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원이었다. 1년간 발생한 유기동물수는 77,877마리로 그중 30.9%인 24,035마리가 안락사, 15.9%인 12,395마리가 자연사했다. 버려진 동물 중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죽어가는 유기동물의 수는 공식집계인 36,430마리의 몇 배가 될 것은 명약관화했다. 한 주인 밑에서 평생을 보내는 강아지가 2%밖에 되지 않았다.

 

동물병원 실험견, 보신탕 일보직전에 구원된 개, 버스정류장에 버려진 고양이, 이름표를 단 채 나무에 묶여 버려진 개, 피부병 심한 길고양이, 비오는 날 한증막에서 만난 유기견, 끈끈이에 말린 채 쓰레기봉투 위에 버려진 고양이, 지옥 성남모란시장에서 천우신조로 눈에 띈 고양이, 술집 굴뚝에 살던 고양이, 상처나고 약해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고양이, 애꾸눈 노견, 애견훈련학교 입양묘, 우즈벡 수도 누크스에서 온 개, 꼬치 포장마차에서 따라 온 개, 골목길 전봇대 고양이, 쓰레기 소각장에서 구출 된 개, 광화문 네거리 차도에 굴러 다니던 박스 속 유기견, 아파트 주차장의 뒷다리를 못 쓰는 개, 골절과 탈구된 강아지.

 

비매품인 별책부록 『유기동물 행복한 입양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여곡절 끝에 구원받은 유기견과 길거리 고양이다. 책은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59 가족의 이야기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 나에게 반려동물은 다섯 식구다. 네 살 동갑나기인 진돌이와 대빈창 해변에서 역진화중인 애완토끼 토진이 그리고 뒷집 식구지만 우리집에서 살다시피하는 세 마리 고양이 노순이, 재순이, 검돌이. 나는 섬에 들어오고 5 ~ 6년 전부터 개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예전 삼복이 돌아오면 입술에 개기름을 번져가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입으로 음식문화 제국주의를 성토하느라 개거품을 물면서. 이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되었다. 불쌍한 동물의 애절한 눈빛을 거부하며 어찌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겠는가. 표지사진의 개는 죽음을 앞둔 체념이 검은 눈에 가득했다.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기쁘고 버려지거나 강제로 죽임을 당하면 슬픕니다. 사람이 느끼는 이런 감정, 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오타니 아키오 - 초등학교 5학년

 

p.s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자택의 길고양이 찡찡이와 풍산개 마루를 청와대에 데려가기로 했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 줄 새 대통령은 동물애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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