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식물의 인문학

대빈창 2017. 5. 18. 07:00

 

 

책이름 : 식물의 인문학

지은이 : 박중환

펴낸곳 : 한길사

 

책은 ‘식물을 통해 본 인류문명사’였다. 구성은 꽃·잎·열매·뿌리의 4장에 6개씩 모두 24개의 꼭지로 구성되었다. 네덜란드가 대서양 무역권을 영국에 뺏긴 것은 튤립의 투기열풍 때문이었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튤립은 변이종이 많아 8,000종에 이르렀다. 얼룩무늬 변종 구근 한 개가 집 한 채 값이었다. 3년간 59배나 뛰었던 구근은 10개월 지나 97%가 폭락하였다. 1637년 네덜란드 경제는 파산했다.

야생당근은 2년생으로 독성이 강해 천연농약이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할 때 마신 사약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1년생 식용 당근은 18세기 프랑스 식물학자의 7년간 육종의 결과였다. 감자는 라틴아메리카 안데스 고원에서 에스파냐 탐험대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감자는 유럽대륙에 전대미문의 식량혁명을 일으켰다. 아일랜드의 척박한 땅과 가혹한 기후에도 잘 자랐다. 아일랜드는 1760 ~ 1840년 사이 인구가 150만 명에서 900만 명으로 급증했다. 1845년 감자에 치명적인 갈색부패균이 아일랜드를 덮쳐 1년 동안 100만 명이 굶거나 병들어 죽었다.

커피 한잔이 10만원인 코피루왁Kopi Luwak은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똥이 원료다. 하늘에 별 따기인 루피코왁을 생산하려 사향고양이를 생포해 사육했다. 20세기 초, 30 ~ 40년 만에 사향고양이는 멸종위기에 빠졌다. 오늘날 지구 육지의 35%가 사막이다. 사막화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류문명이 원인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사막화로 2030년이면 7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11억 명이 식량난으로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다 고개를 갸웃했다. 국제난민은 1년 내 50% 이상이 숨지고, 식품 물가는 24%까지 오른다. GMO 농산물 경작 중단이 몰고 올 참혹한 결과다. 저자는 GMO 경작 옹호론자였다. 인류 식량창고의 곳간 열쇠를 다국적기업의 손에 맡기는 자체가 나는 공포였다. 문제의 본질은 식량의 분배 문제다. 지구 전체의 식량 생산은 인류 전체가 소비하고 남았다. 우리나라의 3대 그룹 삼성, LG, SK가 현재에 이른 것은 ‘뿌리 깊은 경영철학’때문이었다는 침소봉대 (針小棒大, 일을 크게 부풀려서 말함)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그룹의 토대를 닦은 이병철, 구자경, 최종현의 식물사랑(?)은 유달랐다. 이 땅 재벌들의 경영철학은 골목상권까지 먹어 치우는 문어발식 확장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독재정권과 정경유착이었다. 나라를 도탄에 빠트린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은 재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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