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참꽃 피는 마을
지은이 : 임의진
펴낸곳 : 섬앤섬
1월 - 새로움달, 2월 - 기지개달, 3월 - 꽃내음달, 4월 - 살터달, 5월 - 푸른달, 6월 - 두레달, 7월 - 마루달, 8월 - 불볕달, 9월 - 거둠달, 10월 - 한뿌리달, 11월 - 첫눈달, 12월 - 맺음달.
펴낸이, 글틀지기, 글모듬, 글보듬, 글걸음꾼, 살림지기, 읽새, 볼꼴지기, 박음터, 누리방, 글통, 소리통, 펴냄터······.
한때 정기구독했던 잡지 월간 〈작은것이아름답다〉의 토박이말이다. 이름을 지어준 이가 임의진이었다. 〈작아〉가 펴낸 유일한 시집이 임의진의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이었다. 시집을 펼치기 전 나는 두 권의 재개정판 산문집을 손에 넣었다. 『참꽃 피는 마을』과 『앵두 익는 마을』. 너무 늦게 만난 것을 후회했다. 한편 다행스럽게 여기며 책을 펴들었다. 첫 글, 청상과부로 혼자 살다 저 세상으로 가신 솔치댁 할머니 심방을 회상하고, 할머니 빈집의 요강을 주워와 꽃을 심는 「요강에 꽃을」에서부터 마지막 글, 은퇴한 목사 아버지가 기거하는 허물어진 시골 교회를 다시 세운 「남녘교회」까지 모두 37꼭지의 글은 하나같이 작고 가난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철공소 노총각과 딸을 둔 미망인의 재혼, 마을 이웃들에게 행패와 깡탈을 부리는 수전증 심한 알코올중독자, 매일 힘들고 어려운 수고의 시골 우편배달부, 세상의 가난한 것들을 보듬는 농부, 부끄럽지 않으려고 글을 모르면서도 성경, 찬송가, 돋보기안경을 준비한 시골 할머니, 공복에 쓰린 위를 달래라고 민간처방 참기름 한 병을 놓고 가는 할머니, 경운기 사고로 앞니를 잃은 이와 나락을 훑다 기계에 빨려 들어가 왼팔을 잃는 노총각, 소아마비 장애인 이발사, 아빠가 자살하고 엄마는 도망 가 할머니와 사는 아이, 뺑소니차에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이웃 형님, 시골마을 떠돌이 약쟝수 등.
놋으로 만든 소박한 십자가와 징이 놓인 예배당의 아담하고 정겨운 전남 강진의 남녘교회. 가난하고 약한 자들과 함께 울고 웃던 임의진 목사는 목회 10년 만에 겨우 안식을 얻었다. 남녘교회는 너무 가난해서 전도사를 둘 수 없었다. 너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교회를 다닐 시간조차 없었다. 내가 애써 찾았던 민중교회였다. 밤하늘의 별보다 많은 이 땅의 성공 지상주의와 물신(物神)인 마몬을 숭배하는 보통 교회가 아니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자는 목사직에서 해배되자 전남 담양의 수북에 칩거를 마련했다. 집 이름은 회선재(回仙齋). 당호는 선무당(仙舞堂)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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