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잠들지 못하는 희망
지은이 : 김명인
펴낸곳 : 학고재
문학평론가 김명인이 뇌리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지 어언 30여년이 되었다. 민족문학논쟁의 불씨를 당긴 1987년 여름의 그 평론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의 충격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푸른 작업복을 걸치고, 1톤의 무게를 버틴다는 작업화를 신은 공장 노동자로 푸른 청춘을 보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삶터를 꾸린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여 년 전에 잡았던 문학평론가의 〈세계문화예술기행〉 시리즈의 독일 기행기를 다시 손에 펼쳤다. 문학평론가의 20여일 남짓한 해외 여행은 정신 영역에서 독일이 이룩한 빛나는 성취의 이면을 들여다 본 기록이었다. 혁명을 낳은 프랑스에 비해, 아무것도 낳지 못한 독일은 관념적 자기충족이 대신했다. ‘관념의 왕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현실적으로는 무력한 독일지식인들의 막대한 정신적 낭비의 산물’(58쪽)인 것이다.
하인리히 뵐 - 소설가 / 프리드리히 실러 - 시인·극작가 / 루드비히 울란트 - 교육가 / 프리드리히 횔덜린 - 시인 / 에른스트 블로흐 - 철학자 / 베토벤 - 음악가 / 케테 콜비츠 - 판화가 / 하안리히 하이네 - 시인 / 야콥·빌헬름 그림형제 - 아동문학가 / 막스 에른스트 - 미술가 / 요제프 보이스 - 설치미술가 / 텔레만 - 작곡가 / 훔볼트 - 계몽주의자 / 프리드리히 헤겔 - 철학자 / 피히테 - 철학자 / 하인리히 만 - 작가 / 안나 제거스 - 여류작가 / 베르톨드 브레히트 - 시인·극작가 / 디트리히 본 회퍼 - 목사
속표지 사진은 브뤼켄스 트라세 10번지 마르크스 생가에서 마르크스 동판을 배경으로 찍은 저자의 모습이다. 문학평론가에게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내 젊은 날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인물, 피와 살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상징이자 체계로 다가오는 사람’(96쪽)이었다. 마르크스 동상을 보고 이 할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 어린 아들에게 문학평론가는 대답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세상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던 위인”이라고. (민중)문학평론가였던 그는 70 ~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학생운동 전위조직 활동가로서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치욕과 2년8개월의 독방생활을 버텨냈다. 그는 독일 사회주의 혁명기, 스파르타쿠스단 봉기를 이끈 두 혁명가의 마지막 장소를 찾았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티어가르텐 안의 노이엔 호수 부근에서 군인들에게 피살되어 폭 좁은 운하에 던져졌다. 건너편 호수가 잔디밭에서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총살당했다. 우리의 '희망'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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