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대빈창 2018. 5. 14. 07:00

 

 

책이름 :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지은이 : 이수명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창비시선〉 〈문학동네시인선〉 〈민음의 시〉 〈실천시선〉 ······.

 

이 땅의 대표적 문학 출판사의 시집 시리즈다. 내가 시집을 손을 댄 연륜은 고작 7년여 밖에 안됐다. 욕심을 냈다. 책장 10여 칸에 250여 권의 시집이 자리를 잡았다. 나의 강박적 편집증은 마음에 드는 시집 시리즈를 이 빠진 구석 없이 손에 넣고 싶었다. 이름 난 문학지의 시선은 수백 권이 쌓였다. 언감생심이었다. 그때 〈문학과지성 시인선R〉이 눈에 뜨였다. 절판되거나 다른 이유로 독자의 눈에서 멀어졌던 시집을 재출간했다. 2012년 11월 30일 첫 권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출간된 시집은 14권이다. ( )은 초판본의 출판사 이름이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열림원) / 무림일기(중앙 M&B) / 여장남자 시코쿠(랜덤하우스코리아)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코리아) /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 / 나는 너다(풀빛) / 환상수족(열림원) / 기억이동장치(열림원) / 겨울밤 0시 5분(현대문학) /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세계사) / 분명한 사건(한림출판사) / 어느 별의 지옥(청하) /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세계사) / 황색예수(실천문학사)

 

시인은 1994년 《작가세계》로 데뷔한 등단 24년의 중견 시인이었다.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1995)에서 『마치』(2014)까지 6권의 시집을 상자했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1998년 《세계사》에서 초판을 찍었다. 초판본은 해설없이, 4부에 나뉘어 67편이 실렸다. 복간본은 3부에 나뉘어 49편이 실렸고, 해설은 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의 「대상은 나를 지연시킨다 나는 잘 나타나고 있다」였다. 문학평론가가 “우리 시의 한 급진적 전위가 시도한 탐구의 기록”(111쪽)이라고 평가한 시들은 아둔한 나로서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식탁」(13쪽)의 전문이다.

 

식탁 아래 토마토 밭이 있어요 / 식탁을 휘감고 토마토들이 / 무럭무럭 자라는 밭이예요 / 보세요, 식탁 위엔 토마토가 없어요 / 보세요, 식탁을 찍어 올린 당신의 포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