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오래봐야 보이는 것들
지은이 : 최성현
펴낸곳 : 인디북
정신문화연구원에서 노장철학을 연구하던 인문학자는 어느 날 돌연 안정된 삶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일본의 자연농법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과 『자연농법』을 접하고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연이 식물을 키우는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짓는 자연농, 즉 땅을 갈지 않고(무경운), 화학 비료를 쓰지 않으며(무투입), 농약을 쓰지 않고(무농약), 풀과 공생하는(무제초) 농법으로 논과 밭을 가꾸었다.
농부 작가 최성현은 반농반X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킨 두 권의 책을 비롯하여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 부족한 책을 쓰거나 옮겼다. 저자의 모든 책이 책장에 자리 잡았다. 나는 곶감을 빼먹듯이 아껴가며 책을 하나둘 섭렵했다. 저자의 삶을 따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농부로 살아온 지 서른 번의 겨울이 가고, 서른 한 번의 봄이 왔다. 이제야 농부 작가는 경이로운 자연의 힘을 실제 느끼기 시작했다. 『오래봐야 보이는 것들』은 그 이야기였다. 책은 5부에 나뉘어 43 꼭지가 실렸다. “오래 보아야 한다. 눈을 감아야 한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때 보인다.”
사모아를 여행하면서 섬나라의 따뜻한 인간미에 뜨거운 눈물을 쏟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고운 마음씨, 어리벙벙하지만 더없이 순한 사람들, 바위솔의 사람이 아닌 무정물이 법을 설하는 무정설법無情說法에 귀를 기울이고, 일체의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여 머물러 있지 않는 무상無常과 모든 생명은 우주가 낳고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깨달았고, 부모님이 외식을 하면서 주문을 한 가지로 맞추는 것은 식당 주인에 대한 배려였고, 경남 함안에서 발견된 700년 전의 아라홍련이 싹을 틔우는 경이로움, 들일을 하다 짬을 내어 논두렁에 앉아 엽서를 썼다.
표제글 「오래봐야 보이는 것들」은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농부작가의 작업실 가까이에서 우는 딱새가 평상시와 번식기의 울음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어느 날 새삼 알게 되었고, 재야 야생화 박사는 며칠 후 꽃을 피울 것 같은 희귀식물을 만나면 텐트와 침낭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기다렸고, 나이지리아 도로의 주검이 몇날 며칠 방치되는 것을 보고 작가는 분개하지만 나중 알고 보니, 경찰에 알리는 사람이 주검의 정리와 장례비용을 대는 법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세 이야기 모두 오래 지켜본 자 만이 구분할 수 있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한눈팔지 않고 30여년 걸어 온 농부 작가의 메시지와 가르침에서 이 말이 오랜 여운을 남겼다. “사람은 누구나 우주가 피운 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에 태어난 모든 것이 우주가 수십억 년의 전 생애를 바쳐 가꾼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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