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릴케 후기 시집

대빈창 2018. 12. 5. 07:00

 

 

책이름 : 릴케 후기 시집

지은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옮긴이 : 송영택

펴낸곳 : 문예출판사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

이렇게도 많은 눈꺼풀에 싸여서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마지막 시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223쪽)는 릴케의 묘비명에 쓰인 시였다. 마주보는 쪽수의 그림은 조지 램딘의 1877년 작 〈벽에 있는 장미〉였다. 『릴케 시집』이 나온 지 정확히 1년만인 2015년 4월에 출간된 『릴케 후기 시집』은 판형이 똑 같았다. 표지그림은 클로드 모네의 1869년작 〈부지발의 다리〉이다. 본문에 실린 22점의 그림은 모네, 마네, 세잔, 고흐, 고갱, 쇠라 등의 인상파 그림과 뭉크, 칸딘스키, 고키 등 추상화 그림이었다.

1년 사이, 릴케의 번역시집 두 권을 낸 송영택은 독문학자답게 괴테, 릴케, 헤세, 힐티, 쇼펜하우어, 레마르크의 시, 소설, 철학서, 산문 등 독일문학을 이 땅에 소개했다. 『릴케 후기 시집』은 시인의 파리 시대에 만들어진 기념비적 산물인 사물시(事物詩)가 실린 『새 시집』(1907-1908)의 32편. 릴케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로 평가받는 『두이노의 비가』의 2편.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1906-1920)의 22편. 릴케 사후 30년 만인 1956년에 나온 『릴케 전집』 제 2권에 실린 1912-1922년까지의 작품 〈새 시집 이후의 시〉 25편과 1922-1926년의 〈후기의 시〉 27편. 모두 108편이 실렸다.

소설가 토마스 만과 더불어 독일 현대문학의 최고봉을 차지한 시인 릴케를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렇게 평했다. “독일에서 ‘시인’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릴케를 떠올린다.” 릴케는 1875년 오스트리아 지배하의 체코 프라하에서 칠삭둥이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죽은 첫 딸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머니는 릴케에게 일곱 살 때까지 여자 옷을 입혔다. 병약하고 왜소한데다 피부마저 검은 릴케는 모성결핍에 시달리는 무명 시인이었다. 나이 22세 때인 1897년 5월, 소설가 야콥 바서만의 뭔헨 집에서 열린 다과회에서 만난 열네 살 연상의 유부녀 루 살로메와의 만남은 릴케의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 시인으로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루 살로메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팜므파탈적 뮤즈(muse)였다. 루의 제안으로 이름마저 바꾼 릴케는 2회에 걸친 루 살로메와의 러시아 여행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는 릴케의 인생과 작품 세계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 루는 연인보다 모성애를 풍기는 여성으로 릴케의 감성적 역량과 자질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