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자연농법
지은이 : 후쿠오카 마사노부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정신세계사
지은 책 -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산에서 살다』, 『시코쿠를 걷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옮긴 책 - 『신비한 밭에 서서』, 『여기에 사는 즐거움』, 『풀들의 전략』, 『사과가 가르쳐 준 것』,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나무에게 배운다』, 『자연농 교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30년 째 자연농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최성현이 옮기거나 쓴 책으로 나의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 최성현의 책을 잡고, 나는 미친 듯이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얼치기 생태주의자를 자처하며 작은 외딴섬에 남은 생을 의탁했다. 나의 능력과 의지는 자연농법을 추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진정한 생태주의자가 살아가면서 느낀 생각이나 체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이 그나마 나를 위한 위로가 되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福岡正信, 1913 ~ 2008)는 스물다섯이 되는 어느 날, ‘인간의 지혜는 모두 가짜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1947년 귀농한 뒤, 스물다섯 살 때의 깨달음을 외곬으로 증명해 보이는 자연농법을 실천하다 세상을 떠났다. 자연농법의 4대 원칙은 무경운無耕耘, 무비료無肥料, 무제초無除草, 무농약無農藥으로 이 책의 부제가 말하듯 ‘농사는 자연이 짓고, 농부는 그 시중을 든다’ 였다. ‘현대의 노자’로 불리는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60여 년간의 자연농법 재배경험(벼·보리·채소·과수)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정신문화연구원에서 노장철학을 연구하던 최성현을 자연농법으로 이끈 책은 『짚 한 오라기의 혁명』과 『자연농법』이었다. 최성현은 도시를 떠난 빈 손으로 산속에 들어와 자연농법으로 살아간 지 30년이 되었다. 나는 생태주의자가 이 길로 들어서면서 번역한 두 책을 손에 넣고 싶었다. 오래전에 절판된 책은 중고서적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의 초판은 1999년에 〈한살림〉에서 출간되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나를 얼치기 생태주의자나마 이 길로 이끌어 준 녹색평론사가 2011년에 재간행본을 내었다. 『자연농법』은 〈정신세계사〉에서 1988년에 『생명의 농업과 대자연의 道』로, 1990년에 『생명의 농업』이라는 표제로 출간되었다. 그렇게 학수고대했던 책이 20년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새번역판으로 2018년 1월에 나왔다. 성질급한 나는 예약판매로 책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돌연 책이 품절되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9개월 후 표지가 옛 그림 목판화의 벼 그루터기로 보이는 논 그림으로 바뀌었다. 내가 읽은 책은 털벙거지에 뿔테안경을 쓰고 구렛나루가 덥수룩한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생전 모습이 표지로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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