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8

대빈창 2018. 12. 10. 05:35

 

 

이미지에서 위는 겁 많은 검돌이가 인기척에 뒤을 돌아보고, 아래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폭풍흡입에 여념이 없습니다. 먹이는 진돗개 새끼 ‘느리’의 개사료입니다. 녀석들이 블로그에 어린 새끼로 얼굴을 내민 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재순이는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느라 인상을 써서 그런 지 늙은 티가 역력합니다. 노순이와 검돌이는 두 배 새끼를 본 어미입니다. 세 놈은 뒷집 형네 부부가 뭍에 외출하면 아예 우리집에 눌러 붙습니다. 먼동이 터오기 전 아침배가 출항하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집에 내려 옵니다. 재순이는 아침부터 빨리 사료를 내 놓으라고 땡깡질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녀석은 지독한 찌릉소입니다. 매를 맞아도 그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야 ~ 옹! 야 ~ 옹! 끈질기게 조릅니다. 매번 싸움에 지는 쪽은 어머니입니다.

 

“이놈들이 우리 강아지 밥을 다 빼앗아먹네.”

 

뒤돌아보는 검돌이의 눈망울은 겁에 잔뜩 질렸습니다. 셋 중에서 녀석이 가장 덩치가 작지만 나이는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안마와 윙크로 형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노순이를 못살게 굴어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뒷집 형은 검돌이를 포대에 담아 주문도에서 가장 외진 살꾸지에 풀어놓고 집으로 달음박질쳤습니다. 산 생명을 어쩔 수 없어 강제로 유기했습니다. 녀석은 용케 3일 만에 먼 길을 걸어 혼자 집을 찾아왔습니다. 형은 다시 모진 행동을 못했지만 녀석에 대한 천대는 여전했습니다. 검돌이는 고픈 배를 움켜쥔 채 우리집 현관과 부엌 샛문 앞에서 가냘픈 소리로 구걸하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개사료를 종지에 부어 주었습니다. 뒷집 형수는 노순이만 좋아합니다. 특별히 맛있는 것이 생기면 부엌에 불러들여 혼자 먹입니다. 녀석은 형수가 뭍에 출타하면 그날부터 어머니에게 다가와 온갖 아양을 떱니다. 녀석은 종아리에 몸을 부빕니다. 형수가 돌아오면 녀석은 우리집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천덕꾸러기 재순이와 검돌이만 우리집 개사료를 여전히 탐냅니다.

우리집은 지은 지 30년이 지난 노후화된 주택입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쥐들의 극성이 대단했습니다, 창고에 들여놓은 유기질 퇴비를 갉아 먹거나, 심지어 개밥도 훔쳐 먹었습니다. 이웃집 고양이들이 우리집에 나들이하면서 쥐들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세 녀석이 잡아들이는 쥐가 하루에 한 마리 정도입니다, 녀석들은 충분히 밥값을 했습니다. 녀석들이 그동안 먹어치운 개 사료가 세 포대입니다. 재순이는 잠자리를 아예 뒤울안 평상 옆 장작더미로 옮겼습니다, 재순이는 우리집을 쥐들의 침탈에서 지켜주는 포도대장입니다. 재순이에게 정을 더 쏟아야겠습니다. 노순이는 여우입니다. 녀석은 대견하게 사람 말을 알아 듣습니다. 쥐사냥의 명수인 노순이는 쥐를 잡으면 우리집 마당에 진열해놓았습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왜 쥐를 우리집에 늘어놓니, 너네 집에 갖다 놓지”

 

그날부터 녀석은 잡은 쥐를 자기네 집 마당에 늘어놓았습니다, 며칠 뒤 어머니가 노순이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왜 쥐를 너네 집에만 갖다 놓니”

 

다음날 녀석은 생쥐를 잡아다 우리집 마당에 놓았습니다. 녀석들은 올 겨울 추위 뒷집과 우리집을 오가며 잘 이겨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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