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2018년 12월 30일 오후 4시 40분경 대빈창 해변 해넘이 풍경입니다. 일몰시각은 5시 25분이었지만, 제방길을 따라 산책 반환점에 다다른 나는 바위 벼랑에 새로 만든 나무테크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 쉴참에 조성된 전망대는 멀리 분지도와 대빈창 갯벌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루 남은 무술년의 일몰이 갯벌에 찬란한 금빛 띠를 드리웠습니다. 2019년 기해년 해돋이는 7년 만에 봉구산 정상에서 맞겠다고 별렀습니다. 척박한 바위 벼랑의 헐벗은 아까시 나무와 윤기 없는 솔잎을 헐겁게 매단 해송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애잔합니다. 새해를 맞는 신생의 해돋이보다, 가는 해의 일몰에 어쩔수 없이 마음이 끌립니다.
2019년 기해년은 돼지띠입니다. 인생의 2/3를 노동 강도와 작업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는 도금공장 노동자로 살아오신 작은형은 올해 환갑 이십니다. 외동딸의 대학원 진학으로 2년 연기된 작은형의 주문도 생활을 하나하나 준비해야겠습니다. 고달픈 노동으로 일생을 살아오신 작은 형이 남은 생을 주문도에서 편안히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형과 저는 세 살 터울입니다. 어머니가 병치레 없이 한 해를 무난히 이겨내시기를 마음속으로 기도 드립니다.
봄 햇살이 퍼지면 어머니를 모시고 군청소재지에 발걸음을 해야겠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출장소〉에 둘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계획입니다. 모자(母子)가 함께 두 장을 써야겠지요. 어머니가 ‘웰다잉’에 대한 개념을 갖고 계실까요. 당신의 존엄사를 생각하셔서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결심을 하셨을까요. 이 땅의 어머니가 하나같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말년이 자식에게 해를 끼쳐서 안되겠다는 모성애의 발로이시겠지요. 어느날 TV를 보시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셨습니다. 외딴 섬에서 홀로 살아 갈 막내아들에 대한 늙은 어머니의 애틋한 배려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얼치기 생태주자로서 제가 인생의 마지막에 취할 당연한 조치 입니다.
막 책씻이한 책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노자 이야기』입니다. 서둘러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을 손에 넣었습니다. 자칭 얼치기생태주의자로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삶터를 꾸린지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탐욕을 버리고, 외딴 섬에서 공생공락(共生共樂)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으려 분발해야겠습니다. 제가 품고 있는 신념대로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삶이 되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용기를 주십시오. 무한경쟁·약육강식·승자독식의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입에 발린 말에 저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나는 그럴 능력도 자격도 없다.”
故 신영복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능력의 70%를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자신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좋다고. 여기까지 저의 의식을 이끌어 준 『녹색평론』에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벼랑 전망대 (0) | 2019.01.24 |
---|---|
느리의 집착 (0) | 2019.01.10 |
저어새가 들려주는 볼음도 이야기 (0) | 2018.12.24 |
뒷집 새끼 고양이 - 18 (0) | 2018.12.10 |
느리가 신통하다. (0) | 2018.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