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대빈창 2019. 8. 16. 07:00

 

 

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현재까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편 10권, 일본편 4권이 출간되었다. 한국 산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특별 기념판으로 『산사 순례』가 최근에 나왔다. 인문서 최초로 100만권을 돌파한,  책의 누적 판매 부수는 400만권 이상으로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1권 〈남도답사일번지〉가 ‘93년도에 나왔다. 어느덧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국내편 9·10권은 서울편이었다. 나는 서울편 11·12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편 1·2권이라니.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거기다 중국편도 4권까지 출간될 계획이었다. 그렇다. 남은 서울편·중국편만 4권이었다. 기다리다 보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두서불문하고 저자의 책은 무조건 손에 넣었다. 현재 책장 두 칸이 가득했다.

이제 내 방은 더 이상 책을 넣을 공간이 없다. 강화군립도서관의 책을 빌리기로 했다. 중국편 두 권을 찾았으나, 1권은 대여 중이었다. 2권의 제목은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오아시스 도시의 운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온전히 중국 불교미술의 보고인 막고굴(莫高窟)과 돈황문서(敦煌文書)의 역사를 다루었다. 돈황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사막의 타림분지 동쪽 끝, 감숙성의 명사산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였다. 사막도시 돈황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다. 막고굴(莫高窟)의 불교 벽화는 2500년 불교 역사상 가장 찬란한 미술품으로 4세기부터 원대까지 1000년에 걸쳐 조각과 벽화가 조성되었다.

1900년 돈황의 492개 석굴의 하나인 제17굴에서, 스스로 도사라 자칭하는 왕원록이 3만점의 고문서를 발견했다. 이에 제17굴을 장경동(藏經洞)이라 불렀다. 한심한 청나라 말기의 정부 상황은 제국주의의 도둑질에 맞서 세계적 유물 돈황문서(敦煌文書)를 지킬 수 없었다. 막고굴(莫高窟)의 보물은 제국주의의 도보자(盜寶者)·양귀자(洋鬼子)인 파렴치한 러시아의 지질·지리학자 블라디미르 오브루체프, 영국의 탐험가 오렐 스타인, 프랑스의 동양학자 폴 펠리오, 일본의 탐험가 오타니 고즈이, 미국의 동양미술가 랭던 워너에 의해 전 세계로 흩어졌다. 오타니 컬렉션의 돈황과 실크로드의 유물 1,700여점이 역사의 우여곡절 끝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도보자(盜寶者)들은 모두 그들 나라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제국주의자들은 도둑질을 합리화했다. 문서들이 서양에 보존되고 연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돈황학(敦煌學)이 성립될수 있었다고. 영국의 동양학자 아서 웨일리는 『돈황의 민요와 전설』에서 진실을 이렇게 말했다. "만일에 중국인 고고학자가 영국에 와서 한 수도원의 유적지에 있는 중세 필사본의 비밀 서고를 발견한 뒤 그곳의 관리인에게 뇌물을 주어 그 책들을 몰래 북경으로 빼돌렸다면 과연 영국인의 감정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보라."(197쪽)

돈황의 막고굴 벽화를 지킨 대표적인 수호자(守護者)는 한족으로 현대 중국화의 거장 장대천과 무기징역을 사는 기분으로 40년을 막고굴 복구에 바친 만주족 상서홍, 그리고 생명의 위험을 무릎 쓰고 키질벽화를 지켜낸 조선족 한락연이 있었다. 중국의 6대 석굴사원은 대동의 운강석굴, 낙양의 용문석굴, 돈황의 막고굴, 천수의 맥적산 석굴, 난주의 병령사 석굴, 과주의 안서 유림굴을 가리켰다. 답사는 과주의 안서(安西) 유림굴(楡林窟)과 실크로드의 관문 옥문관·양관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앞으로 출간될 중국편 두 권은 8대 고도(古都)를 중심으로 한 중국문화, 미술사·사상사·문학사의 주요 명소, 고대 고구려·발해와 조선시대 연행 사신의 길, 임시정부와 한중 문화교류사의 현장을 밟을 것이라고 한다. 시리즈의 25년이 넘는 장수 비결을 사람들은 기행문이 아닌 답사기에서 찾았다. 저자는 이렇게 짚었다. "기행문은 쓰는 사람이 자기 감정을 실어 쓰기 때문에 한두번은 읽어도 세번째는 안 읽는다. 답사기는 장소가 바뀌면 새로운 소재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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