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지은이 : 이기호
펴낸곳 : 현대문학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작품을 선보이고, 다시 단행본으로 발간되는 프로젝트다. 2017년 8월호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기호의 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가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로 출간되었다. 나에게 작가 이기호는 믿고 찾아 읽는 소설가다. 한국 문단에서 가장 기발하고 기막힌 이야기꾼으로, 소설의 해학성은 첫 손가락에 꼽을 수밖에 없다. 나의 책장에 2018년까지 출간된 작가의 장편소설과 소설모음집 그리고 짧은 소설집까지 모두 어깨를 겯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나의 방은 수납공간이 없다. 책은 강화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새 책을 손에 넣으면 이제 그만큼 분량의 책을 책장에서 덜어낼 수밖에 없다.
부제가 ‘욥기 43장’이다. 욥은 ‘신이 내린 시련을 묵묵히 이겨낸 신앙의 승리자’라는 상징성을 지닌 구약성서의 인물이다. 자녀 10명과 전 재산을 하루 만에 전부 잃고도 하나님을 배신하지 않았다. 믿음의 부족함을 회개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에 하나님은 행복을 되찾아주었다. 성경의 「욥기」는 전체 42장이다. 즉 작가의 소설은 「욥기」의 외전이 되는 셈이었다.
소설에서 욥은 최근직 장로였다. 한적한 시골 목양면의 작은 교회에 화재가 발생했다. 담임목사 최요한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죽고 부상을 입었다. 교회는 목사의 아버지인 최근직 장로가 세웠다. 장로는 젊은 시절 열차 사고로 아내와 자식 셋을 한꺼번에 잃었다. 자신도 화상으로 다리를 절뚝이는 부상을 당했다. 절망에 빠져 자살을 시도할 때 하나님 목소리를 들었다. 하나님 뜻대로 다시 결혼해 아들을 얻었는데 이가 최요한 목사였다. 소설은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형사 앞에서 털어놓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11개, 최근직 장로의 신앙 간증집에서 발췌한 내용이 1개였다. 심지어 10번째 진술자는 하나님이었다.
구약 욥기는 독실한 욥기가 믿음을 시험하려는 하나님이 내린 가혹한 시련에 좌절하고 분노하다 끝내 신앙을 되찾는 헤피엔딩이다. 80대 중반의 장로 최근직은 새로 꾸린 가정에서 태어난 외아들 요한을 목사로 키웠으나, 교회 화재로 또다시 아들을 잃었다. 교회와 마을에서는 장로를 ‘베드로’ 같은 분이라고 모두 추앙했다. 작가는 소설의 행간에 갖가지 복선을 깔아놓았다. 최근직 장로는 자살을 시도할 때 진짜 하나님을 만난 것인지, 최요한 목사의 믿음은 정말 신실한 것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목사의 훈계를 듣는 아이는 누구인지. 작가는 종교의 이면에 가려진 한 존재의 삶을 향한 욕망의 비극성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 지 모르겠다.
작가의 교회를 소재로 한 작품이 꽤 낯익었다. 소설모음집 『최순덕성령충만기』(문학과지성사, 2004)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 2018)의 표제작, 그리고 장편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까지. 작가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했다. 책의 장정이 특이했다. 반양장본으로 세로는 길고, 가로는 짧은 모양새가 꼭 시집이었다. 경장편 소설로 분량은 160여 쪽에 불과했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잡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갈데까지 간 한국 개신교의 위선을 다루어 더욱 끌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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