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강화도의 나무와 풀
지은이 : 박찬숙·강복희
펴낸곳 : 작가정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강화도를 선정했다. 이에 발맞추어 오랜 역사와 다양한 자연생태가 풍요로운 땅 강화도의 모든 것을 담은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강화도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담은 『강화도 지오그래피』와 강화도의 나무와 풀의 탐사 기록인 『강화도의 나무와 풀』이다. 지은이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강화의 산 들꽃〉 전시회를 열어 강화도의 나무와 풀에 대한 보전가치를 일깨웠다. 풍부한 역사와 문화의 섬 강화도는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였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강화도 본도와 교동도, 석모도,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등 6개 섬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책은 두 저자가 10년간 산과 갯가, 수로와 저수지 등을 탐사하여 기록한 강화도의 나무와 풀에 대한 보고서였다. 나무 147종, 풀 393종, 고사리 23종이 1700여 컷의 생생한 사진에 담겼다.
첫 주인공은 반갑게 내가 자주 뵙는 천연기념물 제304호 볼음도은행나무였다. 이외에도 천연기념물 제502호인 마니산 참성단 정상의 소사나무와 강화도가 북쪽한계선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천연기념물 제78호 갑곶리 탱자나무와 제79호인 사기리 탱자나무, 그리고 보호수로 강화읍 관청리의 600년된 느티나무와 교동도의 물푸레나무,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솔붓꽃과 매화마름, 놀랍게도 아차도에 고란초가 서식하고 있었다. 나는 고란초하면 부여 낙화암의 고란사를 떠올리는 범생이(?)였다.
강화도는 세계5대를 자랑하는 1억3천만평의 드넓은 갯벌을 품고 있다. 그만큼 갯가에 서식하는 식물의 다종다양을 자랑했다. 나는 하루 두 번 한 시간 거리의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섰다. 눈에 익은 산자락의 식물과 비슷한 모양새이지만 바닷가 바위벼랑과 모래사장, 갯벌의 풀들은 꽃과 열매, 잎이 조금씩 생김새가 달랐다. 책을 보고서 녀석들의 올바른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참으아리, 순비기나무, 족제비싸리, 갯그령, 갯쇠보리,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완두, 갯방풍, 갯메꽃, 모래지치, 갯씀바귀 등······.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에 무리 지어 자라는 칠면초(七面草, 237쪽)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해 이름이 지어졌다. 강화도 토박이 노인네들은 이 풀을 ‘갱징이 풀’이라고 불러 역사에 서린 민중의 애환을 잊지 않았다. 1636년 12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한 전쟁이 병자호란이었다.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망가고, 강화도로 들어가려 피난민들은 김포 월곶 나루터로 몰려들었다. 염하를 건널 배를 구할 수 없었다. 그때 강화도 검찰사 김경징 일행이 도착했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 식솔과 재물을 챙겨 아우성치는 피난민들을 팽개친 채 강화도로 들어갔다. 청나라 군대가 나루터에 들이닥쳤다. 적군의 말발굽아래 짓밟히는 민중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 갯벌에 흘린 원한의 피가 붉은 꽃으로 피어난 것이 칠면초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소나 말도 ‘갱징이 풀’은 입에 대지 않았다.
뒤표지의 멋진 사진은 주문도의 해당화(82 - 83쪽)였다. 주문도 바닷가의 해당화 군락지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토를 달았다. 사진은 길게 휘어져 돌아가는 앞장술과 새 선창이 들어선 살꾸지와 무인도 돌섬, 수시도가 멀리 보였다. 여기서 장술은 해변의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파도를 막아준다는 의미였다. 주문도의 큰 마을 진말의 앞뒤로 앞장술, 뒷장술이 해변의 이름이었다. 내가 주문도에 터를 잡은 지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다. 야생 해당화는 눈을 씻고 봐도 보기 힘들었다. 해당화 뿌리가 성인병에 특효라는 소문이 나 극성스런 이들에 모두 뽑혀 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미지의 해당화는 주문도 産이 아니다. 묘목을 구해 새로 조성한 해당화 군락지였다. 주문도의 자생 해당화는 사람 눈에 뜨이지 않는 외진 곳에 한두 포기 수줍은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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