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지은이 : 김형수외 49인
펴낸곳 : 문학동네
나름대로 5대(代) 시집 시리즈를 선(選)한다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창비 시선〉, 〈민음의 시〉, 〈실천문학의 시집〉 그리고 〈문학동네 시인선〉을 꼽겠다. 현재 문지는 500호를 넘겼고, 창비도 400호가 넘어섰다. 민음사와 실천문학은 200호가 지났다. 2011년 1월 최승호의 『아메바』가 1호인 문학동네 시인선(詩人選)은 현재 126호가 출간되었다. 시집은 문학동네 시인선이 100호를 맞아 기념으로 펴낸 티저 시집이었다. 여기서 티저는 시인선을 통해 선보이게 될 시인들을 앞서 보여주겠다는 의미였다. 시집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독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통상적으로 문학출판사의 시인선 기획 시리즈 100호, 200호 등 기념호는 기존 시집의 대표작을 엮어 펴냈기 때문이다.
시집의 구성은 시인선 기획위원의 두 편의 글 신형철(문학평론가), 박상수(시인)의「펴내며」가 서두를 장식했다. 본문은 문학동네 시인선 101번째부터 150번째까지 시집이 발간될 50인 시인의 사진과 짧은 이력, 그리고 시 한 편과 짧은 산문 한 편이 실렸다. 산문은 실린 시의 ‘창작노트’와 같았다. 시인들은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이다희부터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력 40년이 넘은 한영옥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젊은 시인의 요람’이라는 평을 받는 시인선답게 앞으로 출간될 50권의 시집에서 28명은 아직 정식으로 첫 시집을 내지 않은 신인이었다. 마지막은 표제를 따 온 구절이 있는 시인 오병량의 「편지의 공원」(126 - 129쪽)의 3연이다.
구름에 네 손끝이 닿을 때마다 빨강거리며 하늘이 깨질듯했다 쨍그랑, / 이파리 부딪는 소리 몸 하나에 링거를 꽂고 세상을 다 뱉어내는 듯 / 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 / 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에 몸이라도 던지겠지만 /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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