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유정(魚遊井)은 말그대로 고기가 많이 몰려 노닌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지명 유래를 검색하고 조금 허탈했습니다. 우물(井)에서 부산 금정(金井)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금정(金井)산은 이 우물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금정산 정상 돌 위에 샘이 있는데 항상 마르지 않는 이 우물은 물빛이 황금색으로 빛난다.”라고 전합니다. 샘의 크기는 남북이 147㎝, 동서가 125㎝이며 깊이가 51㎝에 이릅니다. 이름처럼 물이 솟아나는 게 아니라 빗물이 고인 것으로 웬만해서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유정은 봄에 꽃게, 새우가 여름에 병어, 밴댕이가 가을에 꽃게, 젓새우가 풍어를 이루었습니다. 어유정의 젓새우는 명성이 자자한 강화도에서 가장 상품으로 꼽혔습니다. 예전 수십만 평의 삼양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추젓을 담갔습니다.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는 여러 섬이 간척사업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습니다. 석모도 간척의 시작은 조선초 세종조였습니다. 본격적인 간척은 임진왜란 이후에 이루어져 오늘날 섬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교동부에 속했던 송가도, 석모도 그리고 어유정도가 연륙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송가도는 지금 상주산과 상리, 하리 부락이고, 석모도는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과 석모리, 석포리, 매음리 부락입니다. 어유정도는 매음3리의 한 자연부락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현재 어유정항(魚遊井港)은 해상교통 기능을 가진 종합어항으로 한창 개발중입니다. 1971년 12월 2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물양장, 선착장, 방파제가 이미 축조되었고, 확장공사로 연일 중장비의 굉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석모대교가 개통되고 석모도는 말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입니다. 앞서 말한 삼양염전은 논으로 바뀌었다가, 골프장과 한옥 타운이 들어섰습니다. 20년 전 나는 1년여 동안 석모도의 돌캐(석포리)의 6촌형 댁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어유정항은 허름한 무허가집 대여섯 군데가 뜨내기손님을 상대로 병어와 밴댕이 회롤 팔았습니다. 민머루 해변을 지나 장구너미를 넘는 고갯길은 비포장도로였습니다. 요즘 주말이면 자가용이 나래비서서 어유정항으로 밀려듭니다. 나는 이런 변화를 발전이 아닌 파괴라고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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