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볼음도저수지에 떠 있는 탐조대로 가는 나무테크에서 잡은 천연기념물 제304호 볼음도은행나무입니다. 벼랑위의 정자에 올라서면 바다건너 북녘 땅이 코앞입니다. 강화도나들길 13코스(서도 2코스)인 볼음도길은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섬을 한바퀴 도는 총길이 13.6km로 3시간30분이 걸립니다. 먼 섬을 찾은 도보객들이 섬을 한 바퀴 일주하며 은행나무 공원에서 발품을 쉬었습니다. 천연기념물답게 대접이 극진합니다. 때 아닌 날벼락을 피할 수 있게 피뢰침이 노거수老巨樹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절기는 바야흐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입니다. 저수지 가장자리의 수초와 연꽃도 누렇게 제빛을 잃어갑니다. 정자를 오르는 둔덕에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제 세상을 만난 듯 앞다투어 꽃을 피었습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은행나무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은행나무 잎은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鴨脚樹라고 합니다. 이맘 때 은행나무는 노랗게 단풍이 들면서 주변까지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볼음도은행나무는 때아니게 연두색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었습니다. 800년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올해 새 순을 두 번 틔웠습니다.
볼음도은행나무의 회춘(?)을 도모한 공로자는 제13호 태풍 ∼∼∼링링∼∼∼ 이었습니다. 주문도저수지 방풍림 벚나무와 대빈창해변 아까시 군락, 그리고 봉구산자락 묵정밭의 배나무가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호두 과원은 새순이 돋더니, 아예 열매까지 매달았습니다. 우리집 뒤울안 화계(花階)의 조팝나무와 명자나무도 세 송이의 꽃을 달았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으로 나무들은 강제로 잎을 떨구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나무들의 생체시계가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귀하신 볼음도은행나무는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가운데 줄기가 꺾였습니다. 문화재사업소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서둘러 수술을 마쳤습니다. 주일에 한번 찾아뵙는 800살 볼음도은행나무의 안녕을 마음으로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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