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대빈창 2020. 4. 6. 07:00

 

책이름 :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지은이 : 최준식

펴낸곳 : 김영사

 

20여년 저쪽의 세월이었다. 언덕아래 죽마고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는 낮까지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잠자리에 누운 채 조용히 이승을 하직했다. 기일이 돌아왔다. 친구 어머니가 남의 집 품앗이를 하고 돌아와 저녁을 자시고 이부자리에서 밤사이 눈을 감으셨다. 양친어른은 일 년을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잠을 자다가 돌아가셨다.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쩜, 저렇게 자식들이 복이 많을까.” 대부분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매단 채 시난고난 앓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실물나게 보아온 이들은 평온한 죽음을 부러워했다. 세간에는 죽음과 관련해 ‘9988234’라는 숫자가 유행하고 있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 ~ 3일 아프다  죽고(4, 死) 싶다는 바램의 표현이다. 일본에는 ‘꼴깍사’라는 절이 있다고 한다. 이 절이 유명세를 탄 것은 절에서 빌면 잠자다가 ‘꼴깍’ 보내준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죽음은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본인은 편하게 죽었을지 모르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의 허망함과 슬픔은 한으로 쌓였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임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 선 가운데 편안하게 몸을 벗는 것이다. 이런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젊을 때부터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죽음을 직면하고, 잘 맞이하려고 노력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바로 설 수밖에 없다. 책은 임종하기 직전부터 죽음을 거쳐 영계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각 단계에서 생기는 일과, 각 단계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를 설명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는 영계는 “고유의 진동수를 지닌 영혼들끼리 모여 있는 공동체”(177쪽)라고 한다.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당신은 가슴속이 탄다면 얼음을 하루 종일 찾으셨다. 어느날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두려운 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빨리 문을 닫아, 저기 저승사자가 오고 있어.” 당신은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여름에 오한을 타시며 두려운 눈으로 문을 닫는 시늉을 하셨다. 할머니가 본 저승사자는 혹시 영계에서 내려 온 영혼이 아니었을까.

말기 질환 상태에 들어갔을 때부터 죽음까지를 이야기한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와 죽음 그 후의 이야기, 사후세계와 환생을 다룬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는 15여 년 전 ‘한국죽음학회’를 설립하고, ‘웰다잉’의 선구적 역할을 한 최준식 한국학과 교수의 자매도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죽음을 맞는 준비로 유언장과 장기기증등록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인간의 육신은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싼 껍질에 불과해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차원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일본에서 유행한 유명한 노래로 원곡이 미국 인디언인 「천(千)의 바람이 되어」의 전문이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 나는 눈 위에 바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조용히 맴돌고 있습니다. /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 내 무덤에서 울지 마세요. /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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