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지은이 : 최치언
펴낸곳 : 걷는사람
1970년 전남 영암 출생의 작가 최치언(50)은 문학계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천재(?)로 불리었다. 한 부분에서 등단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그는 3관왕을 차지했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詩로,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小說이, 그리고 2003년 우진문화재단 장막희곡 공모에 당선됐다. 현재 창작집단 상상두목 대표로 공연연출가이기도 했다. 그는 2011년 희곡 「미친 극」으로 대산문학상 희곡 부분을 수상하여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작가임을 입증했다.
내가 작가를 처음 만난 작품은 소설 등단작 「석탄공장이 있는 市에 관한 농담」 이었다.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어느 날 뇌리에 불현듯 작가 이름 석자가 떠올랐다. 첫 소설집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그런데 소설집은 보이지 않고 첫 시집만 상재되었다. 책은 2005년에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첫 시집을,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복간 시집 시리즈 다;시의 두 번째 시집으로 출간하였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8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양헌의 「시, 부조리의 무대에 서다」 였다. 시인·문학평론가 김혜순은 표사에서 “최치언을 한국 시단에 새로 등장한 패관 시인이라 불러도 되겠다.(······) 어떻게 이렇게 시가 달콤하고, 재미있고, 유창하고, 그리고 독자의 이빨을 썩게 할 수 있는가”라고 평했다. 마지막은 표제시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68 - 69쪽)의 일부분이다.
우울한 날에는 당나귀처럼 설탕을 씹으세요 / 찬장을 뒤져서라도 설탕을 찾으세요 / 빠른 길은 동네 슈퍼에 가면 돼요 / 젖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주인에게도 설탕을 권 하세요 / 보건청에서 나온 사람처럼 잔뜩 뒷집을 지고 / 아! 하면 아! 하세요 그럼 희망을 넣어드리지요 하세요 / 시든 장미꽃에게도 설탕물을 주세요 /썩은 이빨 사이에 설탕을 솜처럼 끼고 웃으세요 / 자 저를 따라 해보세요 / 설탕을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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