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웃는 연습
지은이 : 박성우
펴낸곳 : 창비
『거미』(창비, 2002) / 『가뜬한 잠』(창비, 2007) /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2011) / 『웃는 연습』(창비, 2017)
『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창비, 2015)
농촌 공동체적 삶을 그리는데 탁월한 서정시인 박성우의 시집과 산문집을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오늘로 시인의 네 권 시집을 손에서 떼었다. 산문집은 좀 더 아껴두어야겠다. 누군가는 사회적 명예와 부를 움켜잡으려 애쓰는 교수직을 시인은 삼년 만에 스스로 그만 두었다. 그리고 자두나무 정류장과 이팝나무 우체통이 있는 외딴 강마을에서 농사일을 하며 시를 썼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순정한 마음의 시인을, 동료 시인 박준은 표사에서 “그를 그냥 시인이라고만 불러도 될까. 하긴 시인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라고 말했다.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0 시편이 실렸다. 해설은 시인·문학평론가 문신의 「호모포에티쿠스의 귀환을 위하여」다. 여기서 ‘호모포에티쿠스’는 ‘시적 인간’을 말했다. 시집을 열면 「개구리」, 「칫솔과 숟가락」, 「뱀」, 「회사원」의 첫 시부터 넷째 시까지 한 줄 시였다. 일본 하이쿠가 연상되었다. 시집은 제20회 백석문학상(2018년) 수상작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진솔하고 질박한 언어로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이들의 면면과 갖가지 사연, 그리고 그 속에서 포착된 통찰을 들려준다.”는 선정이유를 들었다.
(······) // 밤마다 고라니가 내려와 연한 / 콩 순만 골라 똑똑 따 먹고 갔다 // 순을 죄 뜨긴 콩 줄기는 / 그야말로 볼품없이 앙상해 보였다 / 그렇다고 해도 어찌할 방법은 없었으나, // 장맛비가 지나갔고 못 봐주겠던 콩은 / 곁줄기를 두 배로 뻗어 무성해졌다 // 어느 폭설 밤에 고라니가 찾아와 / 콩 순을 따 먹은 게 아니라 밤마다 / 콩 순지르기를 하고 간 거라고, 끄먹끄먹 // (······)
「콩」(30 - 31쪽)의 5·6·7·8연이다. 겨우내 추위를 잘 이겨낸 텃밭의 시금치가 푸르렀다. 봄바람에 따뜻한 기운이 돌자 어머니는 시금치 두둑의 부직포를 벗겨냈다. 그날 밤 고라니가 뒷산에서 내려와 시금치 새순을 몽당 뜯어먹었다. 진돗개 트기 느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잠만 쿨쿨 잤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느리는 하루 종일 짖어댔다. 추운 계절이 지나고 여적까지 느리는 해가 떨어지면 창고 한 칸에 가두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이웃집 형의 도움을 받아 텃밭 가에 울타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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