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이가 다섯 배 새끼를 낳은 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노순이는 뒷집 형이 창고 바닥에서 한턱 높게 골판지 박스로 마련한 분만실을 본체만체 하였습니다. 녀석은 분만 장소로 우리 집을 점찍어 두었습니다. 우리 집은 미닫이 출입문을 밀면 작은 현관을 지나 마루로 올라서게 됩니다. 마루와 바람벽 통유리 사이의 길쭉한 공간이 아파트 베란다 역할을 합니다. 노순이는 잡동사니가 쌓인 베란다 안쪽의 틈새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좁은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지팡이에 억지로 끌려 나왔습니다. 배가 부른 채 미적거리는 걸음으로 자기집으로 향하는 노순이가 안쓰러웠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노순이의 해산 뒷바라지를 감당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녀석은 주말이면 출가·분가한 식구들이 모여들어 떠들썩한 뒷집이 불안한지 모르겠습니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녀석은 산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꾸 머뭇거렸습니다. 야 ~ ~ 옹 아는 체를 한 번 하고 자기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노순이가 사람 눈에 뜨이지 않은 외진 곳에 새끼를 낳은 것이 분명합니다. 배가 고픈 녀석이 주인을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습니다. 뒷집 형은 배를 채운 노순이가 되돌아가는 동선을 살폈습니다. 사월의 마지막 휴일 오후 5시경 산책에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뒷집 형수가 언덕길 건너 앞산 자락으로 향했습니다. 닭장 뒤편의 노송(老松) 둥치에 헌 가빠가 뭉쳐 있었습니다. 형수가 가빠를 젖히자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가 오글거렸습니다. 형수가 새끼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노순이가 바쁜 걸음으로 뒤를 따라 왔습니다.
“노순아 새끼들 구경 왔다”
어머니가 젓을 물린 노순이를 내려다보며 기특하다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노순이의 주인 뒷집형네 부부와 우리 집 모자 네 명이 나란히 서서 상자 안에 담긴 어미와 새끼 고양이들을 오랫동안 내려다 보았습니다. 새끼고양이 여섯 마리 중 두 마리는 검정고양이입니다. 누군지 모를 애비를 닮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네 마리는 어미를 닮아 노란 털을 입었습니다. 짐작되는 아비는 덩치가 큰 놈으로 길냥이 집단의 폭군 노릇하는 검정 들고양이입니다. 녀석은 가끔 우리 집 마당의 차밑에 자리잡고 개 사료를 노렸습니다. 의뭉스런 녀석은 눈빛이 마주쳐도 도망가지 않고 쭈볏거렸습니다. 새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난폭한 수놈 고양이들의 우두머리입니다. 아무튼 노순이가 강화도로 분양된 네 배째 새끼들처럼 이번 새끼들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길러냈으면 좋겠습니다. 영리한 노순이가 잘 이겨내리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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