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거위, 맞다와 무답이

대빈창 2010. 3. 31. 14:46

 

 

 

책이름 : 거위, 맞다와 무답이

지은이 : 최성각

펴낸곳 : 실천문학사

 

이 책은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의 생태소설이다. 표지 이미지의 두 마리의 거위가 '맞다'와 '무답'이다. 한눈에 보아도 앞의 덩치가 큰 놈이 수컷인 '맞다'이고, 순하게 생긴 암놈이 '무답'이다. 지은이는 수시로 출몰하는 뱀에 놀라 정선에 사는 시인의 말대로 뱀을 퇴치하기 위해 어렵사리 새끼 거위 두 마리를 분양받는다. 그 새끼 거위를 연구소 왕풀님(화가 정상명)과 데려오면서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이라는 환경적 재앙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데, 마침 그 소리가 '맞다'는 의미인지 수놈이 꽥! 꽥! 맞장구를 쳤다. 여기서 두 마리의 새끼 거위 이름이 지어졌다. 수놈이 '맞다'이고, 가만히 있었던 암놈이 '무답'이다. 작가의 별명인 '그래풀'과 이놈들과의 2년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기다. 총 12개의 꼭지로 나뉘었고, 세밀화에 능한 그린이의 삽화 20여컷이 녀석들의 생동감을 더욱 북돋아 준다. 나는 '맞다'와 '무답'이와는 책으로 구면이다. '달려라 냇물아'의 표지에 등장하는 거위 부부가 녀석들이다. 다 큰 거위 두 마리가 등을 보이고 밭두렁에 앉은 저자의 등판을 부리로 가볍게 쪼고 있는 사진이다. 여기서 내가 지은이와 맺은 인연을 밝히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2007년 나는 오랜만에 출간된 저자의 환경생태 산문집인 '달려라 냇물아'를 만난다. 작가는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분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 작품이 '잠자는 불'로 식민지 속의 식민지인 시커먼 탄광촌이 배경이었다. 철없는 낭만적 객기로 탄광촌을 찾은 전력이 있는 나에게는 꽤나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후에 출간된 같은 표제의 소설집을 잡은 후 작가는 나의 뇌리에서 멀어진다. 20여년이 흐른 후 무심코 온라인 서적에서 작가를 검색하다, 엽편소설집인 '택시 드라이버'와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를 만난다. 그리고 얼치기 생태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녹색평론' 정기구독자가 되었고, 환경운동가로서의 작가를 2007년에 '달려라 냇물아'를 통해 만난다. 저자는 그동안 주도적으로 창립한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강원 춘천 퇴골에 '풀꽃평화연구소'를 개설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 연구소에 작은 후원을 하고 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작년 6월에 나는 3권의 책을 선물 받는다. 모두 '풀꽃평화연구소' 사람들이 지은이다. 왕풀님의 산문집인 '꽃짐'과 '그래풀'님의 산문집 '날아라 새들아'와 이 책이다. 책 표지를 열자, '○ ○ ○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2009. 6. 12 최성각 드림'이라는 자필서명이 나타난다. 나는 게으르게도 책을 받은지 1년이 가까워오도록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두 책도 곧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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