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세계명화감상
지은이 : 편집부
펴낸곳 : 지경사
이 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275 X 252 라는 시원한 판형으로 제작된 화첩이다. 내용은 전세계 화가 44명의 작품 210점이 큰 도판에 실린 앨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명화답게 작품은 루브르, 런던 국립,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각 작품에는 제작 동기, 화풍, 작가 소개 등의 설명과 그림 탄생에 얽힌 일화, 그림의 제목과 작가의 별명 등이 세세하여 도판을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몇가지 눈에 거슬린다. 하나는 명화의 일부분만 실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의도했는지 궁금하다. 한 쪽을 작가 소개와 미술 사조의 설명에 할애했는데, 귀퉁이에 해당 작가의 대표작 일부만을 실었다. 없느니만 못한 사족이었다. 현대미술의 대표주자라고 누구라도 인정하는 44인의 작가는 르네상스 미술양식을 열어 젖힌 조토부터 긴 목을 가져 슬픈 듯한 표정의 인물화로 유명한 모딜리아니로 마감하는데, 화가라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피카소가 안보여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세계명화라면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들어가야 구색이 맞는 것이 아닌가. 또한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를 소개하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과도(?)하게 맞추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런 식이다. 네덜란드(플랑드르)의 화가 '반 에이크'와 '브뢰겔' 그리고 보스. '루벤스'는 벨기에(플랑드르)의 화가. 라고 설명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가 알고있는 상식으로는 유럽 북부지역의 플랑드르는 종교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둘로 갈린다. 구교의 벨기에와 신교의 네덜란드다. 그리고 정작 렘브란트는 올바르게 네덜란드 화가로 기록했다. 정확을 기하자면 '반 에이크', '브뢰겔', '루벤스', '보스'는 모두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라고 설명해야 올바르다. 화첩의 도판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나가다 재미있다고 생각된 부분 두가지를 소개한다. '비너스의 탄생'으로 잘 알려진 '보티첼리'는 '통나무'라는 뜻인데, 키가 작고 뚱뚱하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더욱 심오(?)한 것은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가장 아름답게 그렸다고 평가받는 보티첼리는 정작 여성혐오주의자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명화의 모델과 그 미를 낳은 화가의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렘브란트'의 '야경'은 원래 제목이 '부관 빌렘 반 로이텐뷔르흐에게 출동을 명하는 청년대장 바닝 코크'였다. 이 작품은 틀에 박힌 초상화 형식을 벗어나 빛과 그림자를 강하게 대비시킨 집단초상화로 렘브란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니스를 덧칠한 것이 새카맣게 변했다고 한다.그림의 배경은 원래 낯이었다. 다행이다. 대학 입시에 포로가 된 암기식 학습으로 실제 그림 감상보다 그림 제목을 입에 달고 사는 이 땅의 학생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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