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생태학적 상상력
지은이 : 김욱동
펴낸곳 : 나무심는사람
코로나 - 19 사태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다. 열람실의 의자는 책상에 거꾸로 올려졌다. 개장한 지 한 시간여가 흘렀지만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두 권의 책을 들고 안내석으로 다가서자 구석진 곳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얼떨결에 내 손에 쥐어졌다. 대여목록에도 없던 책이었다. ‘환경 전도사’라는 지은이가 낯설었다. 그동안 생태학적 시집·소설·평론집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나의 정보력은 시시했다. 펴낸곳이 눈에 익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멸망사를 그린 감동적인 책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를 펴냈다.
책은 문학과 생태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1장은 문학생태학의 개념을 정리했다. 환경문학은 환경파괴나 자연훼손의 실상을 폭로하는 고발문학으로, 생태문학은 환경·생태계 위기를 심층적으로 그린 문학으로, 녹색문학은 모두를 아우르는 가치중립적 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 2장은 중국의 전통 시가 한시(漢詩)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두보의 춘망(春望)을, 일본의 전통 시가 하이쿠(俳句)로 3대 시인 아마 바츠오 바쇼, 요사 부손, 코바야시 잇사를, 우리나라의 전통 시조로 이황, 김인후, 윤선도, 김천택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3장은 1920년대 근대문학으로 김소월, 이병기, 남궁벽, 박세영의 작품을 분석하고, 4장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생태의식을 서술하며, 수쿠와미시족 시애틀 추장의 유명한 연설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단 말인가」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5장은 기독교의 환경 사상으로 신·구약 성서를 해석하고, 마지막 6장은 언어생태학의 개념과 성격을 밝히면서 언어 속에 인간중심주의를 드러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칼 포퍼는 말했다. “언어오염은 공기오염보다 훨씬 더 폭넓게 진행된다. 그것은 우리의 지적 책임감을 약화시키고 우리의 정의와 양심도 병들게 한다."(297쪽) 멀리 갈 것도 없다. MB 정권은 천문학적 액수로 금수강산을 작살 내놓고, 철면피 얼굴을 들이밀며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 붙였다. 마지막은 중국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세 편의 「음주飮酒」(77쪽)라는 작품에서 국화를 노래한 첫 번째 작품의 전문이다.
인간이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 말馬 소리도 마차 소리도 들을 수 없네 /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알고 있는가? / 고독한 영혼은 자신의 고독을 만들어낸다네 / 국화를 따다가 / 유연히 남산南山을 바라본다 / 산 빛은 해질녘에 더 아름답고 / 날던 새들도 무리지어 돌아오네 / 이곳에 진의眞意가 있는데 / 말로 표현하려 하지만 / 이미 말을 잊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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