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지은이 : 아룬다티 로이
옮긴이 : 노승영
펴낸곳 : 시대의창
나는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1961 - )를 작가보다 환경·반핵·반세계화 운동가로 먼저 만났다. 정치평론집 『9월이여 오라』(녹색평론사, 2004)를 통해서였다. 그는 인도 작가로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은 1997년 세계3대 문학상 부커상을 수상했다. 책은 부제가 ‘인도 민주주의 르포르타주’로 인도 뉴델리 국회의사당 테러 사건, 구자라트주 무슬림 학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인도 방문, 2008 여름 카슈미르 대규모 봉기, 2008. 11. 26 뭄바이 테러, 2008. 1.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기자 호란트 딩크 살해 1주기 강연 등 인도의 정치적 사건을 냉철하게 직시한 12개의 장(2개의 희곡)으로 구성되었다.
2002. 2 힌두교 성지 순례단을 태운 열차에 화재가 발생해 58명이 불에 타 죽었다. 우익 힌두 근본주의자 구자라트주지사 나렌드라 모디는 이슬람교도를 방화범으로 몰았다. 힌두교도 수천 명이 백주 대낮에 이슬람교도 수천 명을 학살했다. 전직 하원의원 에산 자프리는 자기 집에서 힌두 폭도들에게 사지가 절단당해 산 채로 장작더미에 올려 져 화형 당했다. 여자들은 윤간을 당하고 산 채로 불태워졌다. 구자라트 주정부 지원 하에 자행된 이슬람 인종청소였다. 힌두트바(힌두 민족주의)는 이슬람만이 아닌 모든 종파가 공격 대상이었다. 1984. 10. 시크교도 3000명이 학살당했다. 1999. 힌두 민병대는 호주 기독교 선교사와 두 아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
히말라야 서쪽 산록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 카슈미르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화약고였다. 1947년 영국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인도군 50만 명이 주둔하는 카슈미르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으로 1억5천만 명의 무슬림 소수집단을 박해하고 약탈했다. 인도 뉴델리 국회의사당 테러는 특수공작단 SOG와 경찰특공대 STF가 배후 공작으로 일으킨 사건이었다. 거짓 증거를 날조해 무슬림을 테러범으로 조작해 사형집행 시켰다. 대규모 건설 공사, 댐·광산 특구로 인한 홍수, 가뭄, 사막화로 인도토착민 아디바시와 불가촉천민 달리트 3000천만 명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오늘날 인도는 매년 농민 수만 명이 생활고에 찌들려 자살로 내몰렸다. 인도는 세계 굶주림 지수에서 아프리카의 수단과 소말리아보다 뒤처져있다.
그동안 내가 알던 인도는 헛껍데기였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종교 갈등이 흔치 않은 나라,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관용, 인도는 역사상 타국을 침략하지 않은 순종적인 나라 그리고 iT 업계를 필두로 떠오르는 신흥 경제대국, 할리우드를 위협하는 발리우드 영화산업 거기다 갠지즈 강가의 화장터가 떠올려지는 배낭여행지.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민낯을 가차 없이 드러냈다. 인도는 오늘날 인도인민당(힌두 민족주의)을 떠받치는 라슈트리아 스와얌세박 상(RSS) 조직이 전국을 장악했다.
신자유주의시대 서구에서 떠들어대는 10억 명이 투표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가짜였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금 중 사망자’ 수를 자랑하면서도 유엔 고문 방지 협약 비준을 거부하는 나라였다. 카슈미르의 무시무시한 대테러기관 STF의 드라빈데르 싱 경감은 이렇게 떠들어댔다. “고문은 테러를 억제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제가 고문을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입니다.”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였다. 아룬다티 로이를 더 읽어야겠다. 그의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과 『지복의 성자』를 도서목록에 올렸다. 희망도서로 신청한 새로운 정치평론집 『자본주의: 유령이야기』가 군립도서관에 입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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