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대빈창 2021. 1. 14. 07:00

 

책이름 :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지은이 : 황교익

펴낸곳 : 지식너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8)의 책을 세 권 째 잡았다. 작가는 내로라하는 ‘국민 비호감’이었다. 그는 사실을 인식하고, “한국인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자본과 정치권력이 내 쓴소리의 과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어떤 음식에 대해 ‘맛있다, 맛이 없다’를 느끼는 것이 개인 고유의 입맛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음식에 덧씌워진 판타지를 걷으면 나의 입맛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자본과 정치권력이 뒤에 있었다. 그 민낯을 까밝히는 힘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책을 잡게 만들었다. 국뽕이 할개치는 이 땅에서 고정관념과 타성을 여지없이 발가벗기는 작가의 용기있는 글쓰기가 지속되기를 나는 바라고있다.

오늘날 한국인에게 치킨은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 부르며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음식이 되었다. 저자는 단호하게 "치킨은 맛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45일 이상 키워서 닭을 잡는데, 한국은 30일 즈음이면 잡았다. 1.5kg의 병아리를 잡았다. A4용지 크기의 틀에 갇혀 자라는 닭을 병들기 전에 빨리 잡는 것이다. 치킨의 닭이 크든 작든 마리로 판매하는 상술에서 빚어지는 현상이었다. 닭고기가 맛이 들기 전에 잡으니, 튀김옷을 입히고 양념 범벅을 해서 맛있다고 먹어댔다. 한국의 치킨은 닭고기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튀김옷·기름·양념 맛으로 먹는다.

“한 지역에서 가장 쉽게 또 싸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된다.”(77쪽) 나는 허기가 몰려오면 순대국집의 돼지국밥부터 떠올렸다. 알고 보니 나의 입맛은 1970년대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은 증체율 높은 요크셔를 대단위 돼지 사육농가에 보급하여 돼지고기 수출이 순풍에 돛단 듯 했다. 수입국들이 원하는 부위는 안심과 등심뿐이었다. 이 땅에 삼겹살, 갈비, 내장, 족발, 머리가 남아 돌았다. 한국인이 맛있게 먹는 음식이었다.

‘한국인은 김치 없으면 못산다’는 말을 누구나 한다. 그러나 막상 식당 김치에 젓가락을 들이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김치는 10kg에 1만원하는 중국산 김치일 가능성이 90%였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하지 말라는 말까지 생겼다. 2017년 한국의 연간 김치 수입량은 무려 22만 톤에 이르렀다. 수출량은 고작 연간 6천 - 7천 톤이다. '한식 세계화'를 떠들어대며 애국을 팔아먹던 MB정권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도 식당 밥을 사먹으며 김치에 젓가락을 가져갈까. 작금의 이 현상을 '김치의 세계화(?)'라고 강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를 알고 있다. 웅녀는 쑥과 마늘만 먹고 삼칠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버텨 여자가 되었다.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 단군의 후손이 우리 한민족이다. 삼국유사에 쓰인 한자는 쑥과 마늘이 '영애靈艾와 산蒜' 이었다. 영애靈艾를 ‘신령스런 쑥’으로 산蒜을 ‘마늘’로 해석한 것이다. 마늘은 고려시대 몽골에서 전래된 외래식물이다. 저자는 산蒜을 이른 봄에 한반도 산야에서 쑥과 함께 돋아나는 달래로 해석했다. 산蒜은 달래, 파, 부추, 마늘 등을 이르는 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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