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볼음도의 흰 참새

대빈창 2020. 10. 14. 07:00

 

문제는 사진작가들의 극성이었습니다. 흰 참새를 찍으러 전국에서 모여 든 사진가들의 일부가 원하는 이미지를 잡으려고, 너럭바위에 좁쌀를 잔뜩 뿌려 놓았습니다.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앵글에 들어오는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북 울진 소광리 산림보호구역의 220년 된 금강송을 베어냈습니다. 올해 6월 경북 경주시 황성동 황성공원의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후투티의 멋진 컷을 잡겠다고 피운 소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지난 7월 강원 춘천시 도심 주택가에 흰 참새 2마리가 나타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녀석들은 福이 새겨진 처마의 장식기와 앞 물받이에 앉아있었습니다. 한 놈은 멀리 허공에 시선을 두었고, 한 녀석은 글씨를 읽는 듯 물끄러미 한자(漢字)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길조(吉鳥)라 여겨 녀석들을 더욱 예뻐했습니다. 흰 참새의 피부나 눈, 모발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백화현상(白化現像)은 알비노(albino) 현상이라고 합니다. 유전자의 이상이나 필수 영양소 결핍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돌연변이(突然變異)로 동물의 경우, 백만 마리에 한 마리 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카톡으로 흐릿한 이미지가 날아왔습니다. 발신자에게 무엇을 찍은 것이냐고 물으니, 놀랍게도 흰 참새라고 합니다. 강원 춘천시의 녀석이 멀고 먼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날아 온 것인지 나는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물상(物像)이 흐릿하여 흰 참새인지 그냥 흰 새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습니다. 좀 더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를 잡으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엊그제 다시 위 이미지가 나의 카톡으로 전송되었습니다. 흰 참새가 동료들과 아스팔트에 떨어진 볍씨를 쪼고 있었습니다. 벼베기를 마친 콤바인이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이동하면서 떨어뜨린 알곡일 것 입니다.

이미지를 잡은 이는 볼음도 ‘당아래’에 사는 「볼음도의 맛」으로 나의 블로그에 소개된 〈인천 맛집 섬마을〉의 주인장입니다. ‘당아래’는 자연부락 이름입니다. 서해의 섬들이 하나같이 ‘조기의 신’ 임경업 장군을 모셨듯이 볼음도에도 산 중턱에 허물어진 당집이 남아 있었습니다. 볼음도의 자연 부락들은 섬 중앙을 가르는 외길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 잡았습니다. 식당·민박집 〈섬마을〉은 외길에서 도랑을 건너 10여 미터 물러나 있었습니다. 주인장은 운치 있게 왼편에 으름덩굴, 오른편에 등나무를 심어 대문으로 삼았습니다. 덩굴 대문을 나와 양켠의 김장채소가 심겨진 텃밭을 지나 도랑을 건너면 섬의 외길 아스팔트입니다. 녀석은 불행하게 천적의 눈에 잘 띄는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흰 참새가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집 새끼 고양이 - 24  (0) 2020.11.23
섬칫하다.  (0) 2020.11.02
후투티를 다시 만나다 - 2  (0) 2020.10.12
영재寧齋 선생을 찾아 뵙다.  (0) 2020.10.05
뿌리인가, 줄기인가  (0)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