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오랜만에 우리집 현관문 앞에 나타난 재순이와 노순이입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려 문을 밀치자 두 녀석이 반갑게 뛰어왔습니다. 포대의 개사료를 한 움큼 집어 문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별명이 ‘미련한 놈’ 인 재순이는 응 ~ 응 고맙다는 뜻인지 웅얼거리면서 바로 코를 박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노순이는 멈칫멈칫하다 마당에 세워진 차밑으로 들어가 앞다리를 포개고 앉아 재순이가 먹는 것을 쳐다봅니다. 근 보름을 앓고 난 노순이는 예전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고 머뭇거립니다. 녀석은 현관의 문턱에 올라서 부엌에서 식사하는 우리 모자를 쳐다보며 맛있는 것을 달라고 냐 ~ ~ 옹! 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머리를 종아리에 부비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분명 녀석의 심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재순이는 멋대로 집을 나가 한두 달 떠돌이 생활을 하다, 마음에 차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녀석의 식탐은 어릴 적부터 상대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쟤는 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는 걸”
형수는 앓고 난 노순이를 위해 일부러 맛있는 먹이를 챙겼습니다. 나는 읍내에 나간 김에 동물병원에 들렀습니다. 거금을 주고 튜브에 든 짜먹는 영양제를 사왔습니다. 형수는 농협 마트에서 햄을 사와 영양제를 발라 노순이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다행히 녀석은 보름 만에 병을 털고 일어났습니다. 몸이 완전치 않은지 녀석의 우리집 발길이 소원해졌습니다. 무엇인가 잘못 먹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녀석은 먹을 것을 심하게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련한 놈 재순이는 한 배 누이의 건강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우리집 뒤울안에서 빈둥거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것이 하루 일과입니다. 어머니 그림자만 보여도 냐 ~ ~ 옹!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챘습니다. 검돌이가 행방불명이 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오래 전 주인에게 미운털이 박혀 섬의 가장 외진 살꾸지에 버려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녀석은 스스로 집을 나갔습니다. 덩치가 왜소한 녀석이 야생고양이들의 조직문화를 이겨낼 지 걱정입니다. 대빈창 산책을 나설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녀석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p.s 어느날 아침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재순이가 길 한가운데서 무엇인가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돌연 공중으로 점프 하였습니다. 뒷집 텃밭의 고라니 방책용 폐그물을 향해 날았습니다. 두 마리 참새가 포르릉 ~ ~ 허공에 떠올랐습니다. 참새가 폐그물에 매달려 부리를 씻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용케 눈치 채지 못하게 고양이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물에 부딪힌 재순이가 탄력에 튕겨 길가에 뒹굴었습니다. 나는 어이없는 장면에 한바탕 폭포수 같은 웃음을 쏟아냈습니다. 역시 녀석의 행동은 별명 그대로였습니다. 노순이는 어제도 자기 덩치만한 산비둘기를 잡아왔습니다. 녀석은 주인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재순이도 아마! 주인에게 칭찬을 듣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면쩍은 표정(?)으로 녀석은 나를 보고 야 ~ 옹! 아는 체를 했습니다. 안마당까지 쫓아 온 녀석에게 개사료를 한 움큼 집어주었습니다. 아쉬운 참새사냥 실패에 대한 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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