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물고기 여인숙
지은이 : 이용한
펴낸곳 : 링거스group
전남 - 청산도 / 조도(상·하) / 관매도 / 거문도 / 사도 / 금일도 / 가거도 / 하태도 / 만재도 / 홍도 / 여서도 / 증도 / 임지도 / 흑산도 / 도초도 / 보길도 / 낙월도 / 송이도
전북 - 어청도 / 위도
경남 - 욕지도 / 사량도 / 두미도
경북 - 울릉도 / 독도
충남 - 외연도
인천 - 석모도 / 볼음도 / 연평도 / 교동도
제주 - 추자도 / 횡간도 / 우도 / 마라도
‘길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 이용한의 4년 여간 떠돌면서 발길이 머문 이 땅의 34개의 섬이다. 시인에게 섬 여행을 부추겼던 섬은 신안의 도초도였다. 당장 섬 문화를 기록하지 않으면 모든 섬 문화가 곧 사라질 것이라고 섬은 시인에게 속삭였다. 도초도는 초분과 초가가 마지막까지 남았던 섬이었다. 초분은 서남해 섬 지방 고유의 매장문화였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일단 초분에 모셨다가 상주가 돌아오면 정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며칠 씩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돌아 온 자식이 부모의 주검을 볼 수 있는 장례였다. 초분에 모신 주검은 3년 정도 비바람에 풍화되었다가 뼈만 추려서 다시 이장했다.
풍장형 가매장 장례 풍속은 서남해 섬에서만 대를 이어왔다. 기껏 50가구 남짓한 한적한 섬마을을 둘러보는 데 고작해야 30분 안팎이면 족했다. 하지만 송이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초분이 남아있는 섬이었다. 거기다 유일하게 ‘앉은초분’까지 있었다. ‘누운초분’에서 유골을 거두어 마치 가부좌를 튼, 앉은 사람 모양으로 뼈를 앉히고 그 위에 다시 짚으로 이엉을 얹은 초분을 말했다. 손암 정약전의 『자산어보』로 친숙한 흑산도의 우리나라에서 한 그루 뿐인 수령 300년의 초령목(천연기념물 제369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충남 외연도와 전북 어청도에 고대 중국 제나라 전횡田橫 장군의 전설이 내려왔다. 외연도의 흔한 지명 ‘명금’은 전횡 장군이 싸우다 명을 다한 곳이라고 붙여졌고, ‘누적금’은 전횡 장군이 이곳 바위에 낫가리를 쌓아 노적처럼 보이게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전북 어청도의 전횡 장군을 기리는 치동묘제를 지냈던 사당은 비바람에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위도는 동아시아 최고의 풍어제 ‘위도띠뱃놀이’(중요무형문화제 제82호)가 면면히 이어져왔다. 만재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뱃길로 목포에서 105㎞나 떨어져 4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두미도는 경남 섬에서 가장 높은 해발 467m의 천황산이 우뚝 솟았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 보문사로 유명한 석모도는 이제 섬 아닌 섬이 되었다. 2017년 석모대교가 완공되었다.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으로 연명하던 강화도 외포항의 명물 ‘거지갈매기’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녀석들은 지금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 시인은 어류정항 가는 길의 염전을 소개하며 다른 지역의 소금에 비해 염도가 낮은 이유를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이 합류하는 지점’(100쪽)에서 찾았다. 시인의 착각이었다. 강화도 앞바다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하구였다. 교동도 읍내리 부군당에 나의 발길은 앞서 25여 년 전에 닿았다. 면소재지로 향하는 길가 낮은 둔덕에 자리 잡은 1평 크기의 당집에 연산군과 부인 신씨 화상을 모셨다. 천장 모서리에 매달린 남근목(男根木)이 눈길을 끌었다. 천연기념물 제304호 은행나무와 세계적 희귀조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의 번식지 볼음도는 나의 삶터 주문도의 이웃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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