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대빈창 2021. 1. 22. 05:18

 

책이름 :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지은이 : 바트 어만

펴낸곳 : 갈라파고스

 

나의 책장에 출판사 《갈라파고스》에서 내놓은 몇 권의 책이 자리 잡았다. 출판사는 생태·환경과 인문·사회 분야에서 깊이 있는 책들을 출간했다. 미국의 성서학자·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는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2015)로 처음 만났다. 십자가에 처형된 갈릴래아의 묵시론적 예언자 예수가 하느님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역사적 과정을 밝혔다. 나는 저자의 매력적인 글에 몰입되었다. 이어 출간된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2016)를 서둘러 손에 넣었다. 그러나 막상 손에 펼치기까지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얀 표지가 햇빛에 누렇게 변색되었다. 군립도서관에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2019)를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바트 어만의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책씻이하면 성서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나의 무지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세 권의 책은 하나같이 조선 백자의 우윳빛 하얀 표지였다. 골고다 언덕의 세 개의 십자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숙여진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두 손으로 움켜 쥔 십자가가 새겨진 문장이 표지 중앙에 작은 형상으로 자리 잡았다. 성서학자는 구약에서 신약까지 성서가 고통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았는지를 따라갔다. 책은 “전능한 신이 있다면 세상에 왜 이토록 많은 고통과 불행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바트 어만은 젊은 시절부터 보수주의 신앙을 가졌다. 근본주의 성서학교와 그리스도교 인문대학에 다녔다. 그는 성서를 열심히 읽었고 교회에 헌신하는 충실한 그리스도교였다. - 고통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징벌인가, 고통은 다른 사람의 죄가 불러온 결과인가, 신이 신앙을 시험하려는 것인가, 악의 세력이 세상을 장악하였기 때문인가. - 바트 어만은 고통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에 빠졌다. 결국 그는 불가지론자가 되었다. 고통이 죄에 대한 벌로써 신이 내린 것이라면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오히려 하느님을 찬양하는 교인들의 집단 예배가 이 땅의 제1차 팬데믹을 유발하지 않았는가?  주류 기독교도인들은 반발할 것이다. 그들은 이단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는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기준은 교리에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믿음에 정통성을 부여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신도수가 사이비와 비사이비의 기준일 것이다. 가장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는 초대형교회(giga-church)도 한때 이 땅에서 이단으로 몰리지 않았던가.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는 고통에 대한 해답을 전도서에서 찾았다. “우리는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우리의 인생을 가능한 한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고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362쪽)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말했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신은 악을 없애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그는 무능력하다.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할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그는 선하지 않다. 신이 능력도 있고 선한 의지도 있는가? 그렇다면 왜 이 세상에 악이 만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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