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이것이 인간인가
지은이 : 프리모 레비
옮긴이 : 이현경
펴낸곳 : 돌베개
프리모 레비(Primo Michele Levi)는 1919년 북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7년 토리노 대학에 입학했다. 1941년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이탈리아에 ‘인종법’이 반포되어 레비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유대인을 숨기고 화학공장에 취직했다. 1943년 독일 무장군이 이탈리아 북부·중부를 점령했다. 레비는 스스로 〈정의와 자유〉 유격대원이 되었다. 1943년 12월 3일 새벽, 동료의 밀고로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되었다. 카르피-포솔리 임시수용소에 보내졌다. 1944년 2월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1945년 1월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아우슈비츠에서 풀려났다. 6월 귀향을 시작해, 10월에 고향에 도착했다. 1987년 4월 11일 토리노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쳤다.
책은 레비가 13개월 간의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 모노비츠에서 보낸 체험을 기록했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되는 객차에 탔던 45명 중 다시 생환하여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레비가 탔던 객차는 가장 운이 좋은 경우였다. 정문에 ‘Arbeit macht Frei'(노동이 자유케 하리라)라는 구호가 붙은 아우슈비츠(폴란드어로 오시비엠침) 수용소는 말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아우슈비츠의 풍경은 짐승, 도살, 피눈물로 수식되는 음울한 절망이었다. 레비에게 부여된 이름은 왼쪽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숫자 174517이었다.
포로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짐승처럼 달리면서 오줌을 누었다. 5분 후에 빵이 배급되었다. 기상과 노동 사이에 여유 시간이 10분밖에 없었다. 밤에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낮에 배고픔을 면하려 죽 형태로 먹었던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발은 3 - 4분 사이에 200명이 수용된 한 막사가 완료되고, 오후에 1만 2,000명이 수용된 강제노역수용소의 선발이 끝났다. 수용소의 은어에서 결코 사용하지 않는 말은 ‘내일 아침’이었다. 아우슈비츠는 40여개의 수용소로 구성되어 2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비르케나우 수용소(세 개에서 다섯 개가 모인 수용소 단지)의 수용 인원은 6만명 이었다. 이중 4만명이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이곳에 가스실과 화장터가 있었다.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된 희생자는 110만명 내지 150만명이었다. 그중 90%가 유대인이었다. 포로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개월이었다. 아우슈비츠를 포함한 모든 수용소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600만명이 넘었다. 소련군의 진주로 아우슈비츠로부터 퇴각한 2만명의 건강한 포로들은 추위, 기아, SS의 사격에서 1/4만 살아남았다. 레비는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성홍열에 걸려 감염병동에 들어갔다. 수용소에 남은 환자는 800명뿐이었다. 지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레비는 시대의 증언자로 자신의 책무를 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레비는 지옥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극한의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존엄성과 타락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낸 『이것이 인간인가』는 레비의 첫 작품이었다.
“괴물들은 존재하지만 그 수는 너무 적어서 우리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들, 아무런 의문 없이 믿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술자들이 훨씬 위험하다.”고 레비는 말했다. 레비는 40여 년 동안 『휴전』, 『주기율표』,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발표했다. 영혼마저 표백시키는 파시즘의 실험적 광기와 포로들의 동물적 생존경쟁. 암흑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피해자 레비는 시대의 증언자가 되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레비의 글쓰기는 인간성 재건이 목적이었다. 1987년 4월 11일 프리모 레비는 토리노 자택에서 자살로 돌연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이성을 믿으며 서로 대화하는 것이 진보를 위한 최상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증오보다는 정의를 선호한다.” 이 무렵 레비는 무엇을 보았을까. 괴물로 변해가는 인류에게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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