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지은이 : 조용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통일신라의 철제 劍, 정약대의 대금, 사나사 반송, 개태사 향나무, 古宅의 소나무, 凌雨軒의 빗줄기, 오색헝겊 걸린 당집, 지리산자락 유원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신두리 사구 두웅습지, 섬천남성, 손상기 자화상, 카나리아 제도 올토바 육천살 용혈수, 仁萃寺 파초, 정수사 현등, 은사시나무 위 새집,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정약전 자산어보, 천주교 용산교회 사제 묘역, 긴꼬리제비나비, 정당매·남명매·남사리 홍매, 雙魚紋鏡, 등녀·검은여·노른여·슬픈여, 書院의 紫薇木, 봄산의 흰 현호색, 신라의 토우, 몽산포의 소나무, 성주산 무량사, 쥐불놀이, 오동나무 연보랏빛 꽃, 부화석,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
시인은 아픈 몸을 끌고 떠돌아다녔다. ‘삼천 개의 뼈가 움직여 / 춤이 되듯, / 나는 삼천 개의 뼈를 움직여 / 시를 쓰겠다.’ 「시인의 말」이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2000년)의 마지막 시 「魚飛山」은 여행을 다녀 온 뒤 고열에 시달리며 일주일을 앓다가 시를 쓰고 나서야 몸을 털고 일어났다고 한다. 병病을 안고 살아가는 시인. 몸이 아픈 시인은 매화꽃 필 무렵이면 병마가 무섭게 다가와 그네를 눕혀놓는다고 한다.
세 번째 시집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2004년)은 병마와 싸우며 여행을 하고 시를 쓰는 시인의 자화상으로 병상일기였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15편씩 60 시편이 실렸고,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혜원의 「상처의 미학」이다. 시인은 말했다. “앞으로 내 시의 이정표가 될 만한 시를 항상 시집의 맨 뒤에 놓겠다.”시인의 발걸음은 고려 최대 가마터가 있는 전남 강진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을 지나쳤다. 당전마을의 푸조나무는 쳔연기념물 제35호로 나이는 300살로 추정되었다. 푸조나무는 비색청자를 구우며 뜨거운 불길에 달아올랐던 고려도공의 얼굴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지켜보았을 것이다. 마지막 시 「마량 간다」(110 - 111쪽)의 1·2·3·4연이다.
대웅전 사분합문의 어칸에는 커다란 검은 날개를 가진 나비 열두 마리가 붙어 꽃살문의 장엄을 이루고 있다 // 노란 연두빛 등을 한 동박새들이 반짝이는 동백 잎과 눈 덮인 동백 붉은 꽃들 사이를 장엄인 듯 날아다닌다 // 수륙재를 베풀어 물고기에게 죄의 업보를 씻어주는 벽화에서 동백 숲까지 검은 나비가 떠메고 가는 꽃살문은 죄의 빛깔 따라 푸른색이다 // 푸른빛과 섞이는 붉은빛 따라간 칠량에서 마량까지, 늙고 오래된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을 지나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