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5 : 교토의 정원과 다도

대빈창 2021. 3. 25. 07:00

 

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5 : 교토의 정원과 다도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5권은 3부에 나뉘어 각 부마다 2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 ‘철학의 길과 남선사’, ‘우라 센케와 대덕사’. 제2부 ‘가쓰라 이궁’, ‘수학원 이궁’. 제3부 ‘교토 만보’, ‘교토 속의 한국’. 4권은 465쪽으로 5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정확히 반쪽 분량을 떼어왔다. 4권의 초판 출간년도는 2014년 11월이었고, 5권은 2020년 9월이었다. 소제목은 4권이 ‘교토의 명소’였고, 5권은 ‘교토의 정원과 다도’였다. 표지그림은 4권은 교토의 대표 명찰 용안사龍安寺 방장 건물의 남쪽 정원 석정石庭이고, 5권은 일본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가쓰라 이궁佳離宮이었다.

4권의 3개 표사에서 문학평론가 염무웅과 건축가 조재원의 글은 그대로 5권에 실렸다. 내용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4권의 프롤로그 「동아시아 문화 창조의 동반자이길 바라며」는 5권에서 에필로그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것은 단 한가지였다.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를 부록1으로 덧붙였다. 부록 「교토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답사 일정표」도 같았다. 가격은 모두 18,000원이었다. 개정판이 아니라, 분책分冊으로 5권이 아니라, 4 - 2권이었다. 4권의 반쪽이 된 4- 1권의 책값이 문득 궁금했다.

나는 6년 만에 복습하는 기분으로 책갈피를 뒤적였다. 영관당(永觀堂, 에이칸도)의 헤이안 시대 후기 목조불상 ‘뒤를 돌아보는 불상’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형태였다. 아미타여래가 극락으로 돌아가면서 중생들이 잘 따라오나 걱정되어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었다. 남선사(南禪寺, 난젠지) 대방장 정원은 일본 정원의 전형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고보리 엔슈小堀遠州가 작정作庭했다. 일본 다도를 완성시킨 센노 리큐(千利休, 1522 - 91)는 일본의 다조茶祖로 추앙받았다. 대덕사의 고려불화 〈수질관음도〉는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국보중의 국보로 대접받았을 희대의 명작이었다. 고봉암의 기자에몬 이도는 최고의 명품 다완이었다.

가쓰라 이궁은 고보리 엔슈가, 수학원 이궁修學院離宮은 고미즈오노 상황이 창건했다. 20세기 대표 건축가 독일의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 1880 - 1938)은 이렇게 극찬했다. “가쓰라 이궁에는 기능, 합목적성, 그리고 철학적 정신 세 가지가 함께 어우러진 건축적 미덕이 있습니다.” 교토 답사기의 여적餘滴으로 박물관, 책방, 번화가 뒷골목, 오래된 가게에 발품을 판 여정을 그렸다. 고려미술관 설립자 정조문(鄭詔文, 1918 - 89)의 생애가 인상적이었다.

답사기 ‘일본편’을 분책하여 5권으로 출간한 이유를 책이 크고 무거워 해외 답사를 위한 실용서로 활용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일본편 답사기는 일본답사를 떠나는 자들만이 잡는 책인가! 새로 나온 신간도서를 검색하다, 성질 급한 나는 앞뒤 따질 것 없이 5권을 부리나케 강화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이렇게 책을 펴들었다. 내 방의 책장은 가득 찼다. 더 이상 새 책을 들일 공간이 없었다. 부피 엷은 시집을 손에 넣은 뿐, 읽고 싶은 책은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배신감에 너절한 불만을 쏟아냈다. 책은 한국이 일본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준 흔적을 찾고, 그 바탕 위에서 일본문화가 꽃피게 된 과정을 탐사했다. 저자는 말했다.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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