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신의 거울
지은이 : 그레이엄 헨콕
옮긴이 : 김정환
펴낸곳 : 김영사
『문명의 종말』, 『미래의 수수께끼』, 『신의 지문』, 『신의 거울』. 나의 책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변두리고고학 서적들이다. 사이비고고학이라고 대놓고 경멸하는 정통고고학자들의 시선이 묻어 있었다. 정통 역사학은 약 6천년전의 이집트 문명을 가장 오랜 인류문명으로 보았다. 나는 고대문명 탐험가 그레이엄 헨콕(Graham Hancock, 1950 - )을 『신의 지문 上·下』로 처음 만났다. 첫 책은 이집트 문명을 중심으로 1만2500년 전에 정밀한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초고대문명’이 존재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신의 거울』은 2부작에 해당되었다. 1만2500년 전 초고대문명은 마지막 빙하기 말기 지구를 뒤흔든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사라졌다. 책을 잡으며 옮긴이가 『황색예수』의 민중시인 김정환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시, 소설, 희곡, 인문학 번역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200여권의 책을 펴낸 시인이라지만 변두리고고학(?)이라니.
그레이엄 헨콕은 1만2500년전 이집트를 중심으로 초고대문명이 발생했고, 전세계에 걸쳐 초고대문명 네트워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과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거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태평양의 일본 요나구니 섬 수중기념물과 미크로네시아 난 마돌(Nan Madol), 이스터 섬의 모아이 그리고 페루·볼리비아의 마야·잉카 문명의 사크사이우아만 언덕 요새와 마추픽추, 안데스 칸델라브라(가지달린 촛대), 나스카 사막의 그림까지. 그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 빙하기 때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파괴된 문명들의 시간대는 BC 10500년 시기와 맞물린다. 그때 생존자들이 그 지식을 세계 도처에 나눠주고 대대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했을 것”이다.
200*265mm의 양장본은 250컷의 컬러사진과 50개의 유적지 다이어그램, 12,500년전 별자리와 유적지 간의 상응성을 밝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를 동원했다. 세계 도처의 고대 신화와 유적들 속에 존재하는 숫자 암호체계가 세차운동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유적들은 세차운동적 천문학적 지식으로 천상과 지상의 연결을 통한 영원불멸성을 추구했다고 한다. BC 10,500년 춘분 새벽의 특정한 별자리 네 개 그룹(사자자리, 오리온자리, 용자리, 물병자리)을 모델로 삼은 거대기념물이 서있었다.
그날 새벽 물병자리는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사자자리는 동쪽에서 뜨고, 오리온자리는 남쪽 자오선에, 그리고 용자리는 북쪽 자오선에 자리 잡았다. 쿠푸, 카프라, 멘카우라 피라미드는 남쪽의 오리온자리를, 거대 스핑크스는 동쪽의 사자자리를, 앙코르 와트는 북쪽의 용자리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쪽의 물병자리를 나타내는 제4의 신전은 존재하는 것일까. 지난해 터키 남동부 샨르우르파주의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발견되었다. ‘인류 최초의 신전’으로 이집트 문명보다 앞서 1만5000년 전에 건축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황폐하기 그지없는 땅에서 돌연 솟구친 인류 최초의 유적(?)은 물병자리를 모델로 삼은 거대기념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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