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대빈창 2021. 4. 15. 07:00

 

책이름 :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지은이 : 강석경

그린이 : 김성호

펴낸곳 : 난다

 

용장사지 / 계림 / 괘릉 / 동궁·월지 / 황룡사지 / 대릉원 / 월성 / 산림환경연구소 / 남산동 / 무열왕릉 / 교동 / 국립중앙박물관 / 인왕동 / 황오동 / 노서동 고분공원 / 진평왕릉 / 배반들 / 오릉 / 북천 / 식혜골

 

contens의 지명과 장소를 열거하는데 어딘가 낯이 익었다. 그렇다. 앞서 잡았던 『강석경의 경주산책』(열림원, 2004)에서 소설가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다. 절판되어 사라진 10년 전 책을 바탕으로 10년간 쓰고 또 쓴 글들을 정리했다. 그만큼 소설가의 고도古都 경주에 대한 사랑은 뿌리가 깊었다. 대구 출신의 소설가에게 경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불국사·석굴암으로 대표되는 불교유적이 널려있는 관광도시였을 뿐이다.

소설가는 삼십대에 향토사학자 故 윤경렬 선생을 인터뷰하면서 경주에 매료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인류의 가족으로 더불어 있다니. 고분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이지러지기도 하고 주검은 어느덧 대지로 돌아가 둔덕 같은 자연 자체가 되어 있었다.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풍경은 근원적이어서 강렬하게 가슴에 다가섰다.’(11쪽) 귀향병처럼 10년 뒤 소설가는 경주에 정착했다. 그리고 20년이 넘도록 경주를 걷고 있었다.

현실에 대한 반항과 방황으로 일관한 매월당의 흔적을 용장사지에서 찾고, 괘릉에서 문화는 섞이면서 진보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감은사탑을 보며 헌헌장부 문무왕과 김유신 그리고 화랑을 떠올렸다. 경주의 깊이란 황룡사지의 봉 자국에 묻은 신라인의 정성과 깊은 열망이었고, 분황사 탑에 서린 한기리 여자 희명의 간절한 기도에 다름 아니었다. 대릉원의 소나무 숲을 보며 시인 곽재구의 시 「나무」를 생각했다. 산림환경연구소의 소나무 분재는 철사를 고정시켜 임으로 성장을 조절하여 죽지 못해 사는 것이었다. 교동법주 인간문화재 故 배영신(1917 - 2014) 할머니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의 전통을 지켰다. 고단한 술 빚기가 전통적 삶의 일부로 그 아름다움이 후대에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랐다. 소설가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릇의 비어 있음은 빈곤이 아니라 풍요이며 근원에 다가가는 계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경주에 사는 것은 느림을 존재의 방식으로 택했다는 의미였다. 그에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였다. 소설가는 경주에 정주하면서 자연과 자유를 사랑하는 유목민의 피가 흐른다는 정체성을 확인했다. prologue 「헤매다 경주를 찾았지」는 소설가가 월성 둔덕에 앉아 남천을 내려다보며 시인 이성복의 「來如哀反多羅 6」를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epilogue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은 경주 모량리에서 성장하며 감수성을 키웠던 시인 박목월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로 끝을 맺었다. 표지그림은 경주출신 화가 김성호의 〈첨성대 야경〉이었다. 네댓 쪽마다 실린 본문의 19점의 그림은 독자의 눈을 시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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