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식물의 책

대빈창 2021. 4. 19. 07:00

 

책이름 : 식물의 책

지은이 : 이소영

펴낸곳 : 책읽는수요일

 

식물세밀화의 역할은 식물의 현재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다. 『식물의 책』은 도시 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에 담아냈다. 저자는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연구기관과 협업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그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야만 식물을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책은 42개의 챕터에 121종의 나무와 풀이 얼굴을 내밀었다.

첫 챕터 「잡초의 쓸모」는 민들레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토종 민들레가 서양민들레에게 터를 빼앗겼다고 화를 냈다. 1900년대 초반 유럽에서 유입된 서양민들레가 토종보다 번식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인간의 환경파괴가 주된 요인이었다. 이 땅에서 도시가 성장한다는 것은 숲의 파괴를 의미햇다. 이는 숲에 사는 토종 민들레가 점차 사라지고, 공터는 자연스레 서양민들레의 차지가 되었다.

Forsythia koreana (Rehder) Nakai. 개나리의 학명이다. 종소명 ‘코레아나koreana’에서 볼 수 있듯이 개나리는 우리나라 원산의 자생식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특산식물이었다. 1947년 군인 식물학자 엔윈 미더는 북한산에 자생하는 수수꽃다리 속의 털개회나무 열두 개를 채집해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스김라일락’ 이었다. 그때 일을 돕던 여직원의 성씨가 김씨였다. 저자는 3년 전 강화도의 한 회사의 의뢰로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식물세밀화를 의뢰받았다. 쑥을 이용해 향초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강화도의 특산물은 사자발쑥이었다. 중국의 과학자 투유유는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성분을 이용해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했다. 2015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번식이 까다로웠던 바닐라가 지금처럼 세계적 향료가 된 것은 아프리카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소년 ‘에드몽 Edmond Albius' 덕분이었다. 소년은 바닐라 꽃잎을 뒤로 젖혀 자가 수정을 방해하는 부분을 대나무 가지로 들어올려 수분시키는 인공수정법을 개발했다. 이를 ’에드몽의 손짓Le gested' Edmond' 이라고 한다. 콜라의 주요 원료 중 하나가 바닐라였다. 코카콜라가 바닐라를 첨가하지 않은 레서피의 콜라 라인을 가동하자 전 세계 바닐라 소비량이 대폭 줄면서 마다카스카르의 경제가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향나무는 ‘물을 맑게 한다는 말도 있어, 우물이나 개울 근처에도 많이 심었어요’(220쪽) 내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 한들고개의 마을 공동우물은 세 그루의 향나무 노거수가 그늘을 드리웠다.

마지막 챕터 「한 겨울에 꽃을 피우는 이유」는 복수초에 대한 이야기였다. 복수초福壽草는 새해의 복을 바라는 설날을 상징하는 식물이었다. 나는 복수초와 인연이 없었다. 10여년 전 이웃섬 볼음도에서 금낭화 한 뿌리를 얻었다. 화분에 복수초가 심겨졌다. 한 뿌리를 얻고자했으나 주인은 손을 내저었다. 아차도의 아는 집 현관문앞 화분에도 복수초가 노란꽃을 피었다. 주인이 없어 분양받을 수 없었다. 산에 들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았으나 헛물만 켰다. 우리집 화계花階에 한두 뿌리 심어 복과 장수를 기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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