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조심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김영사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었다. 『일침』, 『조심』, 『석복』,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습정』. 초판 1쇄 발행일이 2014. 6. 9일 이었다. 『조심操心』은 바깥을 잘 살피라는 의미로 쓰지만, 원래 마음을 붙든다는 뜻이다. 물질의 삶은 진보했지만 내면의 삶은 더 황폐해진 시대에 등불이 되는 말씀과 세상의 시비 가늠을 네 글자에 담았다. 첫 꼭지 ‘지유조심只有操心’은 원나라 학자 허형許衡(1209 - 1281)은 말했다.
萬般補養皆虛爲 오만 가지 보양이 모두 다 거짓이니,
只有操心是要規 다만 마음 붙드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에서 마지막 꼭지 ‘소년청우小年聽雨’는 남송의 시인 신기질辛棄疾(1140 - 1207)의 「채상자采桑子」와 송나라 장첩莊捷의 「우미인虞美人」 중국시 두 수를 들었다. 인생의 빛깔도 나이에 따라 변한다. 지난 일과 묵은해는 기억 속에 묻어두자.
1부 몸가짐과 마음공부, 2부 시비의 가늠, 3부 세정과 속태, 4부 거울과 등불에 각 25편씩 100편의 글은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흔들리는 세상에서 원칙으로 삼을 묵직한 말씀들을 네 글자의 행간에 오롯이 담았다. 모든 소제목은 사자성어로 좁은 행간 안에 깊은 뜻을 담아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구현했다. 고전인문학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전언은 “다만 네 마음을 붙들어라!” 이었다.
‘착년삼일着年三日’의 이용휴李用休(1708 - 1782)는 「당일헌기當日軒記」에서 주장했다. 어제도 내일도 없다. 오직 오늘이 있을 뿐이다. 지금을 놓친 채 과거에 살고 지금을 버려두고 미래를 꿈꾸니 삶은 나날이 공허해지고 마음 밭은 갈수록 황폐해진다. 오늘이 없으면 어제가 슬퍼지고 내일이 텅 빈다. 사흘까지 신경 쓸 것 없이 오늘이 문제다. ‘유언혹중流言惑衆’은 다변이 늘 문제다. 말이 말을 낳는다.
多言獲理,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얻음은
不如黙而無害. 침묵하여 해가 없음만 못하다.
‘견양저육汧陽猪肉’은 이름에 속지 말고 실상을 꿰뚫어야 한다는 뜻이다. 견양汧陽 땅의 돼지고기는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소동파蘇東坡가 하인에게 견양에서 돼지 두 마리를 사오게 하고 많은 이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하인이 술에 취하는 바람에 견양 돼지 두 마리가 달아났다. 잔치는 예장대로 열렸다. 손님들은 특별한 맛의 통돼지 요리를 입이 닳도록 극찬했다. 자리를 파하면서 소동파가 말했다. “돼지고기는 견양 것이 아니라, 하인 녀석이 이웃 고깃간에 사온 모양입니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사람들은 머쓱해졌다.
대구 사람 하징河澄은 못난 당나귀를 샀다. 몇 해를 잘 먹이자 서울까지 7백리를 하루에 달리는 영물이 되었다. 묵는 곳마다 희한하게 생긴 땅딸보 나귀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하징은 장난으로 왜당나귀라고 말했다. 값을 물으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불렀다. 사람들은 모두 의심하지 않았다. 돈을 그보다 더 줄 테니 나귀를 팔라는 사람도 있었다. 뒤에 하징이 사실을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속았다며 자리를 떴다. 그 뒤 아무도 당나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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