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大地의 상상력

대빈창 2021. 5. 10. 07:00

 

책이름 : 大地의 상상력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윌리엄 블레이크(1757 - 1827) 시인·화가 / 찰스 디킨스(1812 - 1870) 소설가 / 매슈 아놀드(1822 - 1888) 비평가 / F. R. 리버스(1895 - 1978) 평론가 / 프란츠 파농(1925 - 1961) 의사·혁명가 / 리처드 라이트(1908 - 1960) 흑인 작가 / 이시무레 미치코(1927 - 2018) 여류 작가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 한 송이 들꽃에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 새장에 갇힌 한 마리 로빈새는 /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며, / 주인집 문 앞에 굶주림으로 쓰러진 개는 / 한 나라의 멸망을 예고한다.

 

블레이크의 이념이 가장 감동적으로 표현된 시 「순수의 전조(前兆)」의 1·2연이다. “블레이크가 정치·사회·신학체제를 거부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창조적 가능성에 대한 그러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던 것이다.”(83쪽) 『녹색평론』김종철 선생의 해설 「인간회복을 위한 시」가 실렸다는 이유로 W. 블레이크의 번역시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을 오래 전에 손에 넣었다.

(디킨스는) "늘 민중적 시야 속에서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당대 지배층의 권력구조를 환상 없이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유주의 지식인 어느 누구보다 더 래디컬한 작가가 되었다."(116쪽) 나는 비평가 매슈 아놀드와 평론가 F. R. 리버스에 대한 두 편의 글이 생소했다. 아놀드는 광범위한 기계에의 신앙, 공리주의, 사회계급들의 배타적 이익추구에 따른 무질서에, 교양을 무기로 대항했다. 리버스의 문학비평은 오늘의 삶의 상황을 지적·정신적으로 가장 깊게 파악하고,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활동이었다.

『검은 피부, 흰 가면』,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의 프란츠 파농은 1925년 프랑스의 식민지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 섬에서 태어났다. 식민지 본국 프랑스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1956년 그는 보장된 유복한 삶을 던져 버리고 알제리 혁명의 전사가 되었다. 파농은 “식민주의의 극복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였다.”(262쪽) 미국 흑인작가 리처드 라이트는 말했다. “흑인문학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노예제도와 인간 차별을 그 발전의 불가결한 구성요소로 삼아온 미국 및 서구 문명의 근본적 존재방식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했다.”(301쪽)

“이시무레 미치코는 그 근대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묻는 작가이고, 그런 의미에서 고도성장 이후의 대표적인 작가가 아닌가 합니다.”(318쪽) 나는 김종철 선생이 ‘근대문학의 종언 이후’ 가장 뛰어난 작가로 극찬한 이시무레 미치코의 일본 근대산업의 미증유의 재앙 미나마타병을 다룬 『슬픈 미나마타』(달팽이출판, 2007)와 『신神들의 마을』(녹색평론, 2015)을 잡았다. 그의 『고해정토 苦海淨土』는 3부작으로 1·2부가 우리나라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다. 곧 김종철 선생의 1주년이 돌아왔다. 누가 있어 남은 한 권의 책을 이 땅에 소개할 수 있을까.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억압적 부르주아체제에 대하여 가장 근본적인 비판에 도달한 근대 최초의 지식인·사상가”였던 블레이크에서, 미나마타병에 걸린 환자들의 고통스런 삶을 그리면서도 “생의 근원적인 행복과 풍요에 대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생생한 감각”을 놓치지 않은 이시무레 미치코까지. 『大地의 상상력』은 근대의 어둠에 맞서 ‘삶-생명’을 근원적으로 옹호하는 일에 일생을 바친 문학인 7인에 대한 평론집이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1980년대에 씌어졌다. 선생은 말했다. “적어도 80년대까지만 해도 문학은 우리 정신의 보고였습니다. 문학을 통해 감수성을 훈련하고 윤리 교육을 받았으며 사상적으로 무장할 수 있었죠. 이 책에서 다룬 작가들은 전 생애를 걸고 자본주의 문명에 맞서 싸운 사람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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