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즐거운 불편
지은이 : 후쿠오카 켄세이
옮긴이 : 김경인
펴낸곳 : 달팽이
위 책 이미지를 보면 무언가 시각적으로 불편하다. 예리하지 못한 나는 며칠간 이 책을 읽어나가다, 몇 쪽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아하! 하고 나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두드렸다. 저자인 듯한 인물이 왼편 하단에 자전거를 타고 커다란 나무가 드리운 그림자를 지나치고 있다. 자전거도 뭔가 어색하다. 그렇다. 산악용 자전거에 뒷짐받이가 달렸다. 저자인 후쿠오카 켄세이의 출퇴근용 자전거다. 짐받이에 올려진 보자기로 꾸린 물건은 도시락이다. 표제 '즐거운 불편'에서 '불'이 뒤집혀 인쇄되었다. 마치 '불'과 '편'이 마주보고 있는 듯 하다. '즐거운 불편'이라니. 어떻게 불편한 생활이 즐거울수가 있단 말인가.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기자인 저자가 기획 르포하에 연재한 1년간의 즐기는 불편한 생활이 1부를 차지하고, 2부와 3부는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귀농인, 교육·환경·여성 운동가, 탈 산업·공업화 사회학자와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약육강식의 정글화된 절대자본주의 세계인 오늘날 선진국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랑폐기라는 풍족한 물질만능주의 사회다. 소비만이 행복이라는 대중매체의 악다구니 속에 쾌락,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은 화수분처럼 솟구치는 상품을 무한대로 소비하지만 무언가 허전하다. 그런데 풍족한 물질이라는 풀장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인류에게 지구는 다급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환경파괴, 인구폭팔, 식량부족,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등. 환경 생태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 각성과 실천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파탄밖에 없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깨우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인 1부의 내용은 소비중독에 빠진 무절제한 소비보다는 불편한 생활을 즐기면서 마음의 풍요를 얻을 수 있다는 과정을 그린 저자의 체험기다. 실천 계획들과 소소한 일상속에서의 철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실천에 임하는 자세다. 지은이의 실천목록은 거창하지 않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자동판매기 물건 안 사기, 외식 안하기(제 손으로 도시락 싸기), 제철 과일·채소 먹기, 엘리베이터 안 타고 계단 이용하기, 음식찌거기 퇴비로 활용하기, 고장난 물건을 수리해서 쓰기, 쌀은 무농약으로 자급자족하기 등. 무한경쟁 속에서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저자의 즐거운 불편에는 금욕주의적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문명에 대한 비판보다는 시시해보이기조차 하는 저자의 작은 실천이 실질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한걸음인 것이다. 생태운동의 시발점은 자기 자신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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