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대빈창 2021. 5. 27. 07:00

 

책이름 :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지은이 : 정민·이홍식

펴낸곳 : 김영사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 / 송재松齋 한충韓忠 /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 /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 / 사유재四留齋 이정암李廷馣 / 한음漢陰 이덕형 李德馨 / 학호鶴湖 김봉조金奉祖 /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 미수眉叟 허목許穆 / 송애松崖 김경여金慶餘 / 경와敬窩 김휴金烋 / 탄옹炭翁 권시權諰 / 시남市南 유계兪棨 / 목재木齋 홍여하洪汝河 / 분애汾厓 신정申晸 / 문곡文谷 김수항 金壽恒 / 제월당霽月堂 송규렴宋奎濂 / 명곡明谷 최석정崔錫鼎 / 몽와夢窩 김창집金昌集 /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 / 병산屛山 이관명李觀命 / 한포재寒圃齋 이건명李健命 / 성호星湖 이익李瀷 / 약산藥山 오광운吳光運 / 회헌悔軒 조관빈趙觀彬 / 지수재 知守齋 유척기兪拓基 /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 / 근재近齋 박윤원朴胤源 / 노주老州 오희상吳熙常 / 학포헌學圃軒 서경창徐慶昌 / 소치小痴 허련許鍊

 

책은 옛 선인들이 남긴 가훈과 유언 모음집이었다. 표제이면서 첫 꼭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1417 - 1475)가 “대저 재주가 높고 빼어난 인물이 되는 것, 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날마다 삼가 '삼가는 선비'로 불리며 선조에게 부끄러움을 끼치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14쪽) 아들에게 남긴 가훈에서,

마지막 꼭지 「서책은 목숨과도 같다」는 한 시대 예단藝壇의 정점에서 우뚝 선 화가 소치小痴 허련許鍊(1808 - 1893)이 “책과 두루마기는 소략하지만 또한 고심 속에서 나온 것이다. 대개 거두어 보관하는 일을 늦춰서는 안된다.”(284쪽)는 서책 보관의 중요성을 일깨운 자손에게 남긴 유언까지, 조선 명가名家의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건넨 가훈 21편과 유언 10편이 담겼다.

음식에 얹은 고명처럼 초상화(신숙주, 이덕형, 허목, 김수항, 김창집, 조관빈, 유척기), 그림(이덕형의 사행길을 그린 「항해조천도航海朝天圖」, 허련의 「초옥산수도草屋山水圖」), 도판(면앙정, 녹우당, 근암서원, 이택재, 운림산방), 문집과 글씨(『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윤선도의 「친필 가훈첩」 등 11점)은 독자의 눈을 맑게 했다.

사유재四留齋 이정암李廷馣(1541 - 1600)은 “문을 나서거든 마치 큰 손님을 만난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경와敬窩 김휴金烋(1597 - 1638)는 “평생을 노력하고도 자신의 삶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한 선인들의 삶의 자세가 우리를 또 부끄럽게 한다.”고 경계하는 글을 자식에게 남겼다.

시남市南 유계兪棨(1607 - 1664)는 “마음을 보존하면 말이 조심스럽고, 말이 조심스러우면 행실을 삼가게 된다. 언행을 삼가는 것이 덕에 가깝다.”는 가훈을 아들에게 남겼다. 제월당霽月堂 송규렴宋奎濂(1630 - 1709)는 “가난타령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고, 술타령으로 덕성을 잃지 마라. 독서로 뜻을 세우고, 쉼 없이 마음 밭을 개간하라.”는 자식·사위·조카들을 경계한 시를 지었다. 몽와夢窩 김창집金昌集(1648 - 1722)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공부해라, 독서하는 종자가 끊겨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사약을 받기 이틀 전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성호星湖 이익李瀷(1618 - 1733)은 “결단하여 행하기는 쉬워도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가장 어렵다. 결단하여 행하는 것은 한 때의 용기와 관계되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죽을 때까지의 용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자식에게 가르쳤다. 지수재 知守齋 유척기兪拓基(1691 - 1767)는 “사람의 재앙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기로는 사치보다 더한 것이 없다.”는 유언을 후손에게 남겼다.

마지막은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가 52세 되던 해(1468년)에 지은 오언고시五言古詩「아들의 황금허리띠를 기뻐하며 여러 아들에게 보인다喜澯帶金示諸子」의 한 대구 ‘天道忌滿盈 當思挹損之’다. 이는 ‘하늘의 도는 가득 참을 꺼리는 법이니, 넘치도록 누릴 생각은 말고 오히려 덜어 버릴 것을 생각하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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