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빈창 해변 오후 산책에 나섰습니다. 물 빠진 갯벌에서 무엇인가 두리번거리는 까마귀들을 보았습니다. 벌써 6년 반이 흘렀습니다. ‘까치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바다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배의 흰 무늬가 점차 검은 색으로 바뀌면서 까마귀로 변합니다. 들물의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까마귀가 차츰 가마우지로 변합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부리에 문 가마우지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물말장에 내려앉았습니다. 등털이 회색으로 뒤덮으면서 갈매기로 변하고 있었습니다.’「까마귀 이제 해변을 넘보다」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나의 상상 속의 조류진화도(?) 입니다.
해송 솔숲을 가로질러 해변 제방에 올라섰습니다. 보안등 전봇대에 연결된 전선에 까마귀 서너 마리가 특유의 음산스런 울음으로 나를 맞아 주었습니다. 여전히 대빈창 해변의 날카로운 산날맹이 아까시 숲을 까마귀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죽은 나무 가지에 걸터앉은 까마귀의 부리에 작은 물고기가 물려 있었습니다. 까마귀들은 해변까지 먹이섭식 영역을 넓혔습니다. 바다를 넘보기 시작했던 놈들이 이제 대빈창 해변을 장악한 모양입니다. 영악하다는 까치도 손을 대지 못한 구역이었습니다.
산책 반환점 바위벼랑에 손바닥을 찍고 뒤돌아섰습니다. 까악! 까악! 머리 위에서 까마귀 댓 마리가 어지럽게 날고 있었습니다. 놈들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기류를 타며 여유롭게 허공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유달리 시끄러운 목청의 까마귀가 다른 녀석의 부리에 물린 먹이를 뺏으려 쫓았습니다. 까마귀 부리에 물린 먹이는 집게발이 뚜렷한 갯벌게 였습니다. 크기로 보아 칠게로 보였습니다. 까마귀는 죽은 바다고기를 탐내다, 이제 살아있는 갯벌의 게를 잡아먹었습니다. 영리한 까마귀는 집요함마저 갖추었습니다. 게는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구멍으로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녀석들은 물빠진 갯벌에서 날개를 접고 게가 구멍에서 다시 나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해가 길어지면서 새들에게 번식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대빈창 해변은 다종다양한 새들의 날개 짓으로 활기찼습니다. 흰뺨검둥오리는 숲속에 알을 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바닷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직박구리는 예의 시끄런 목청으로 동료에게 위험신호를 알렸습니다. 덩치가 작은 노랑부리턱멧새, 콩새, 박새, 곤줄박이는 다친 날개짓으로 사람의 시선을 딴곳으로 유인합니다. 멧비둘기가 구구! 거리며 땅을 헤집었습니다. 흔하게 눈에 뜨였던 까치가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 사냥에 재미 들린 까마귀 떼가 갯벌 여기저기 무리를 지었습니다. 녀석들은 내가 다가가도 어설픈 겅중걸음으로 몇 발짝 옮겨 앉는 시늉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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