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의 탐구자들

 

책이름 : 조선미의 탐구자들

지은이 : 한영대

옮긴이 : 박경희

펴낸곳 : 학고재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재일조선인 한영대韓永大의 『조선미의 탐구자들朝鮮美の探究者たち』(未來社, 1992)이 ‘학고재신서 9’로 1997년에 출간되었다. 일제강점기 어려웠던 시절, 우리 문화유산을 인류 공통의 것으로 보고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12꼭지에 담겼다. 글들은 일본의 민예파를 대표하는 예술가, 서양인 그리고 한국 예술애호가 세 부분으로 나누어졌다.

일본 국보 제 1호 교토京都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너무도 흡사한 2구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국보 제 83호, 국보 제 78호)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셔져있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명품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제작된 것인지 전혀 밝혀낼 수 없었다. 조선에 건너 온 일본 악덕상인이 절에서 훔쳐내어 골동품으로 매매했기 때문이다.

신라 제 35대 경덕왕(742 - 64) 때 재상 김대성金大城의 발원으로 창건된 석굴암의 십일면관음상 앞 대리석 5층 석탑이 사라졌다. 소네 통감이 1909년(메이지 42년)에 일본으로 밀반출한 것이다. 현재 어디에 존재하는지, 위치조차 찾을 수 없었다. 주실의 아름다운 10체의 감실 불상 중 2체도 없어졌다. 석가여래본존의 이마에는 커다란 수정의 백호白豪가 있었다. 그 뒷면에 황금이 뿌려져 아침해를 받으면 부처는 미간에서 황금빛을 발해 굴속이 눈부시게 밝았을 것이다.

경천사는 개성에서 서남쪽으로 20㎞ 떨어진 부소산 기슭에 있는 폐사지였다.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대리석으로 에 경천사지 10층석탑을 세웠다. 순종의 결혼 가례 일본 특사로 참석한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마쓰아키 자작은 일본군 70명을 대동하고, 석탑을 해체하여 일본으로 도둑질해갔다. 12년(1918) 만에 석탑은 반환되었다. 이 나라의 문화유산을 인류 공통의 재산으로 인식하고 생명까지 걸었던 두 외국인이 있었다. 영국의 언론인 어네스트 T. 베셀(1872 - 1909)과 미국의 선교사 호머 B. 헐버트(1863 - 1949)였다. 두 분은 현재 서울 양화진楊花津 외국인 묘지에 잠들었다.

독일의 신부 안드레아스 에카르트(1884 - 1974)는 통사 형태의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조선미술사』를 집필했다. 조선 민족이 언어와 역사 고유의 문화에 대해 알고 배우는 길을 빼앗겼던 민족 고유의 전통을 계승할 수 없는 식민지 시절이었다. 그는 우리를 대신하여 조선의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소개하고 민족의 존재를 알렸다. 일본 다도茶道의 대성자 센노 리큐(1522 - 91)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을 반대하다 죽임을 당했다.

종교 철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 - 1961)은 민예民藝 운동의 창시자였다. 그는 지식인들의 침묵을 과감하게 깨고 일본 군국주의 반대와 조선의 독립을 부르짖었다. 그에게 조선 민족의 창조하는 마음을 억압하고 호흡하는 정신을 빼앗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일본의 도예가 도미모토 켄키치(1881 - 1963)와 가와이 간지로(1890 - 1963)는 조선 도공의 꾸밈없는 무심無心의 미를 근원으로 삼았다. 목공예가·칠漆공예가 구로다 다쓰아키(1904 - 82)는 인위적인 장식을 배제하고 단순한 조형감각과 실용적인 견고함을 추구하는 조선 목공예를 따랐다.

수정水晶 박병래(朴秉來, 1903 - 74)는 26세 때인 1929년 무렵부터 조선백자 수집에 나섰다. 1974년 72세로 일생을 마칠 때까지 40여년 간 묵묵히 700여 점을 모았다. 그는 일단 손에 넣은 것은 그 어느 것 하나도 결코 내놓지 않았다. 수집품 중 36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여 ‘수정 기념실’에 보관·전시되고 있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 - 62)은 한국문화재사에 거대한 업적을 남긴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33세 때 그는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구 보화각保華閣)’을 개설했다. 청년부호는 근면했고 솔직했다. 무명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1930년경 24세에 시작하여 그가 수집한 물품들은 전적, 서화, 청자, 백자, 불교 미술품, 와당 등 수만 점에 달했다. 간송미술관은 국보 10점, 보물 11점, 중요 유형문화재 4점을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