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대빈창 2021. 11. 2. 07:30

 

책이름 :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지은이 : 김종대

펴낸곳 : 다른세상

 

개 / 개구리 / 거북 / 고양이 / 곰 / 기러기 / 까마귀 / 까치 / 꿩 / 노루 / 닭 / 당나귀 / 돼지 / 말 / 매 / 박쥐 / 뱀 / 부엉이 / 비둘기 / 사슴 / 소 / 양 / 여우 / 올빼미 / 용 / 원숭이 / 원앙 / 잉어 / 제비 / 쥐 / 토끼 / 학 / 호랑이

 

책에 등장하는 33가지 동물이다. 상상의 동물 용을 제외하고, 영상매체를 통해서 한 번쯤은 눈을 맞추었을 것이다. 호랑이나 곰은 서울로 떠난 국민학교 수학여행 때, 동물원 울타리에 매달려 보았을 것이다. 드넓은 김포평야의 한 구석 시골에서 유년을 보내고, 도시 문명과는 거리가 먼 외딴섬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대부분의 동물이나 짐승은 낯익었다.

책은 우리 민족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했고 그 상징은 무엇인지를 살폈다. 상징의 세계는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틀이었다. 고유한 문화가 정착되기까지 수백, 수천 년의 유구한 세월이 흘러야했다.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사상과 정서와 심성이 우리의 문화를 일궈냈다.

가장 오래된 동물상징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이다. 우리 민족은 곰이 여자로 변신한 웅녀熊女의 자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민족은 곰보다 오히려 호랑이에게 애착을 가졌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는 참을성이 없이 인간이 되려다 실패한 동물이었다. 곰은 우리 민간신앙에서 멀어져갔다. 심지어 미련함의 상징으로 평가절하 되었다. 이는 우리 민족이 수 천 년 간 살아 온 이 땅의 문화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수렵문화에서 곰은 신성시되었지만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곰은 신의 지위에서 쫓겨났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소띠 해다. 농경문화가 정착된 이래 우리 민족은 소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한 식구로 대우했다. 생구는 한 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가리켰다. 소는 예로부터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신성한 제물로 인식되어 제천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소는 행동은 더디지만 주어진 일은 묵묵하게 끝까지 마쳤다. 우리 민족의 소와 관련된 민속놀이로 영산 쇠머리대기와 양산 소놀음굿·소싸움이 있다.

책은 민속에 나타난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상징과 변화를 문화적 코드로 해석했다. 챕터마다 동물들에 관한 민요·시조나 신화· 전설·민담이 예시되어 책읽기의 흥미를 더했다. 전통 한국화를 비롯한 관련 예술품의 도판이 풍부하게 실려 독자의 눈맛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책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던 책을 다시 펼쳤다. 초판 발행이 2001년 1월이었다. 민속학자 김종대(63)는 2021년 국립민속박물관장에 취임했다. 저자는 “동양의 사상과 정서는 자연을 매개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동물 상징의 세계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데 또 하나의 큰 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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