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대빈창 2010. 9. 6. 06:24

 

 

책이름 :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지은이 : 폴 인그램

옮긴이 : 홍성녕

펴낸곳 : 알마

 

○ ○ ○ 선생님께. 저희 사무장님으로부터 김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희 연구소처럼 특별히 하는 일 없는 한심한 단체에 선생님께서 관심 가져 주시고, 후원까지 해 주시는데 대해 깊이 감사 드립니다.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작은 인사로 저희 연구소를 만드신 정상명 선생님의 풀꽃달력과 연구소가 기획한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을 보내 드립니다. 섬에 계시니 늘 푸른 바다를 生活처럼 만나시겠습니다. 그런 멋진 생활을 하시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인연 맺어 가기를 빕니다.  2009. 1. 19 최성각 드림

최성각 작가이면서 환경운동가가 자필로 쓴 풀꽃세상 엽서를 책갈피에 넣어 보내온지 벌써 1년 6개월이 흘렀다. 풀꽃평화연구소와 나와의 작은 인연은 앞서 밝힌바 있다. 이 책은 네팔과 티베트 등지의 '오래된 미래'를 여행하던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이 '98년도에 국내에 들여와 대학후배인 옮긴이의 손을 거쳐 10년만에 우리말로 얼굴을 드러내게 되었다. 2009년 신년선물로 받은 책선물을 나는 게으르게 이제야 펼쳐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책을 잡기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책장 상단에서 제법 두터운 부피를 자랑하는 책을 애써 외면하다가 어렵게 책씻이를 했다. 그렇다. 어쨌든 20여일 걸려 마지막 책장을 접었을 때 어쩌면 안도의 한숨을 나도 모르게 쉬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 책을 20여년 전에 만났다면 분노에 못이겨 책을 집어 던졌을 것이다. 인류역사의 진화를 거스르는 반동적인 책이라고.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2009년 년초. 용산참사가 터진 지 얼마 안있어 일군의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아! 그런데 그들은 게거품을 물면서 자기 일처럼 흥분하지 않던가. '전철연을 불순한 북한 추종세력이라느니, 과격한 테러리스트라고.' 나는 깜짝 놀랬다. 아니, 바로 이런 자들이 의식적 좀비 아닌가. 자기주관처럼 핏대를 올리면서 열을 받지만, 그것은 바로 아침밥상머리에서 들썩였던 조중동 논조로 갖은자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때 느꼈다. 야! 프로파간다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자칭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던 내가 어이없게 프로파간다에 완전히 넘어간 얼간이였다. 그것은 자본주의 모순에 분개한 나로서 공산주의 중국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실험중이라는 환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체제에 걸맞지 않게 표리부동하고 영악하고 가증스러웠다. 제3세계의 지도적 위치에서 세계의 식민지 해방투쟁은 격려하면서도 정작 자국 안팎의 소수민에게 인류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식민주의를 전개하고 있었다. 중국이 티베트에 가한 탄압과 학살은 제노사이드(하나의 나라, 민족, 인종, 종교 집단 등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행위)였다. 1949년이후 중국이 티베트에 가한 학살, 고문, 기아, 의료적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주의, 강제불임화와 낙태, 정신 황폐화, 문화적 말살은 인류역사이래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나찌의 유태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우리 민족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헌병통치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잔인하다.

나의 진보적 사상에 대한 이론 공부는 무엇이 문제였던가. 나는 학창시절 '대륙의 붉은 별', '닥터 노먼 베쑨', '뇌봉' 등의 책자를 통해 '문화대혁명'을 거대한 사회적 실험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미신과 주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문화대혁명은 1966~1976년 10년 기간의 '집단적 광기'로 중국내 홀로코스트인 것이다. 이 기간동안 아사자, 실종자, 노동농장에서 죽은 사람이 1억명이 넘었다. 여기서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은 참이다. 프로파간다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 땅에서 티베트에 관한 관심이 환기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때다. 중국인들이 보인 집단적 애국주의 광기로 나타난 그들의 오만방자한 배타적 태도는 다름아닌 중화민족주의였다. 먼 옛날 제국주의 왕조 논리를 21세기 오늘날에도, 소위 마르크스주의를 구현한다는 국가가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영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긴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인간백정 독재자 피노체트정권을 수십년간 재정적, 정치적으로 중국은 원조를 제공했다. 이것이 바로 인류해방을 앞당기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참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국내 구석구석 배낭을 메고 젊은 한때 쏘다니던 나는, 해외여행을 권하던 주위 분들에게 자본주의 문명에 신물이 난다고 트림을 해대며 기회가 닿으면 티베트나 네팔, 부탄을 발로 걷고 싶다고 했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중국의 잔인하기 그지없는 민족적, 문화적 말살정책으로 신음하는 티베트를 대하는 나의 시각은 고작 웰빙관광이나 관광판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는 은밀하게 경제적, 문화적으로 침략하지만 공산주의적 제국주의는 노골적으로 소수민을 멸절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의 모습이다. 히말라야 산군을 트레킹하겠다는 나의 철없는 꿈은 이만 접어야겠다. 그 경비는 적게나마 티베트 해방투쟁 기금으로 후원해야겠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의 내한을, 제국주의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거부하는 조국의 못남에 대한 작은 빛갚음이나마 하는 것이 도리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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