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일교류사

대빈창 2021. 12. 27. 07:30

 

책이름 : 한일교류사

지은이 : 이진희·강재언

옮긴이 : 김익한·김동명

펴낸곳 : 학고재

 

『한일교류사』는 '학고재 신서 14'로 1998. 5. 초판이 발행되었다. 책의 부제 ‘새로운 이웃나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광복 50주년인 1995년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학고재 신서’ 첫째 권 영원한 국립중앙박물관장 故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1994)에서, 서른다섯째 권 일본 공예연구가 이데나와 나오키의 『인간 부흥의 공예』(2002)까지 서너 권이 이빨이 빠진 채 책장에서 어깨를 겨누었다. 나의 블로그 〈 daebinchang〉의 책 리뷰에서 두 번째 글이 ‘학고재 신서 38’로 중국 고고학자 리쉐친의 『중국 청동기의 신비』(2005)였다.

20여 년 전, 나의 독서열을 자극했던 책들의 아무 흔적 없다는 사실이 쓸쓸했다. 책술에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24년 만에 책을 다시 잡았다. 그동안 재일조선인 역사학자 공동저자 두 분은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다. 이진희(李進熙, 1929 - 2012)는 1948년(19세)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평생 고대 한일관계사를 연구했다. 1972년 발표한 「광개토왕릉 비문의 수수께끼」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비문을, 일본이 훼손된 부분에 석회를 발라 새로운 글자를 넣어 내용을 변조한 것을 밝혀냈다. 강재언(姜在彦, 1926 - 1917)은 한국전쟁발발직후 일본으로 밀항했다. 그는 1960 - 70년 조선근대사상사를 개척했다. 논문 「조선봉건체제의 해체와 농민전쟁」은 19세기말 동학농민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반봉건 반외세 전쟁의 성격을 본격적으로 부각시켰다.

『한일교류사』는 고대 신석기시대부터 현재 재일조선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고학과 정치·경제·문화사를 넘나들면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역사 관계를 조명한 12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기원전 4세기 초기 금속기 시대 야요이문화(彌生文化)는 한반도에서 도래한 집단에 의해 개시되었다. 도래인島來人들은 현해탄을 건너 끊임없이 일본열도로 이동했다. 지구의 한랭화로 벼농사 농민들은 따뜻한 기후를 찾아, 마을 단위로 바다를 건넜다. 도래인들이 작은 마을 하카타만(博多灣) 연안에 갑자기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기원후 4 - 5세기에도 도래인의 물결은 계속되었다. 백제와 신라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해 가야인들은 전란을 피해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 일본열도에서 발견된 스에키 토기는 경남 함안에서 출토된 것과 똑같았다. 이는 가야인들이 가져온 것이다. 일본의 고대국가 형성에 한반도의 백제·신라·고구려의 선진문화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본에 불교와 유학을 전하고 율령국가 형성을 촉진시켰다.

두 나라의 오랜 교린 관계는 토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7년간의 침략전쟁 임진왜란·정유재란(1592 - 1598년)과 1876년 강화도조약, 1905년 을사보호조약, 1910년 경술국치로 이어지는 식민지배로 깨졌다. 이는 침략국과 피침략국, 점령국과 피점령국이라는 적대적 관계로 넘어갔다. 두 저자는 말했다. “일본의 가해자로서의 인식과 한국의 뿌리 깊은 상처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두 나라의 올바른 관계정립은 어려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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