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지은이 : 루이스 세풀베다
옮긴이 : 엄지영
펴내곳 : 열린책들
'전 세계적으로 아옌데만큼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가 역사에 바친 열정과 헌신에 전혀 걸맞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건 라 모네다 궁에서 맞이한 비극적 최후일 것이다.'(23쪽)
1970. 9. 4.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인민연합의 살바도로 아옌데가 승리했다. 세계 최초의 국민투표에 의한 사회주의 정권의 수립이었다. 아옌데는 자본가들의 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빈부격차 해소정책을 추진했다. 토지와 외국 자본의 구리 광산을 국유화했다. 빈민아동에게 우유를 무료로 급식했다. 빈곤층 생계를 위한 공공근로와 복지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닉슨과 키신저는 중앙정보국(CIA)을 앞세워 칠레의 군부 쿠데타를 사주했다. 1973. 9. 11. 수도경비사령관 피노체트가 미국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투기와 탱크를 앞세워 대통령궁을 폭격했다. 아옌데는 끝내 궁이 함락되기 직전 자살했다. 정권을 잡은 피노체트는 91년 물러날 때까지 ‘죽음의 캐러밴’이라는 부대를 동원해 3,200여명을 살해했고, 수만 명을 감옥에 가두고 고문했다. 민중가수 하라는 축구장에 갇혀 심한 구타 끝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몸에 44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동안 칠레하면 세 명의 인물을 떠올렸다.
인민연합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년) / 혁명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년) /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1932-1973년)
이제 한 명의 인물을 더 추가해야겠다. 루이스 세풀베다(1949년 - )는 피노체트의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다 16년간의 해외 망명길을 떠돌아다녔다.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는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과 콜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 등 라틴아메리카를 떠돌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여행 산문이었다.
작가의 대표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과 『우리였던 그림자』에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과 사건, 군사 쿠데타에 끝까지 맞섰던 동지들과 동료 문인들의 이야기가 25꼭지에 담겼다. 첫 이야기 「아이들의 사진에 남겨진 빈자리: 르포」는 독일망명 시절, 사진작가 안나 페터젠을 방문했다가 칠레의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소설가와 사진작가는 8년 만에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가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마주했다. 열다섯의 나이에 물건을 훔치다 총에 맞아 죽고, 삭막한 현실에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8년 전 그 자리에서 한 명이 빈 채 다시 사진을 찍은 아이들을 위해 작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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