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학 오디세이 2
지은이 : 진중권
펴낸곳 : 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1・2』는 미학자 진중권의 첫 책으로 1994. 1. 15. 초판 출간되었다. 10년 뒤에 『미학 오디세이 3』가 나왔다. 책은 그동안 3권이 나온 10주년 완결개정판, 2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어언 책이 세상의 빛을 본 지 30주년이 다가왔다. 『미학 오디세이 』는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인문학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대중적 미학 입문서는 저자가 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유학을 준비하면서 항공료라도 벌어보기 위해 쓰였다. 그가 1993년 말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뒤 책이 출간되었다.
대중에게 생소한 학문인 미학 입문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은 시대를 초월한 파격적 서술방식 덕이었다. 책의 구성 방식은 독특한 ‘3성 대위법’이라는 미학 형식을 도입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미학 역사를 설명했다. 에셔・마그리트・피라네시의 작품으로 핵심 개념을 설명하여 한 눈에 들어왔다. 구어체 서술은 디지털 글쓰기 시대를 앞당겼다. 수많은 도판의 배열로 독자의 눈을 맑게 트였다. 1권의 부제는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였고, 2권은 ‘마그리트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였다.
근대철학을 완성한 헤겔에서 현대 미술의 지평을 열어젖힌 세잔과 피카소, 마티스, 그리고 마그리트를 통해 ‘형식’에서 ‘내용’으로 옮겨가는 사유의 진행 과정을 4장 38챕터로 나뉘어 설명했다. ‘가상의 파괴’는 현대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인 대상성의 파괴에 대하여, ‘인간의 조건’은 예술적 소통 체계를 연구하는 철학적 방법에 대하여, '허공의 성'은 예술적 소통체계를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에 대하여, ‘헤겔의 방학’은 두 사물이 결합된 이율배반에 관하여 다루었다.
현대 미술은 세잔(Paul Cėzanne, 1839-1906)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시각적 단편들을 마치 모자이크 단편처럼 취급하여 그림 속에 이 조각들을 구조적 전체로 짜맞추려고 했다. 대표작은 1904년의 〈생트 빅트아르산〉이다. 1권의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의 1948년작 〈그리는 손〉외 12점과 벨기에의 초현실주의화가 마그리트(Renė magritte, 1898-1967)의 1928-1929년작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외 34점의 풍부한 도판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이 꿈・무의식을 주제로 삼은 반면, 마그리트는 철저하게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근거위에 서있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조건, 사물의 교훈, 말과 사물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졌다. 표지의 아래그림은 1952년작 〈모험정신〉이었다. 뒤표지까지 이어진 마그리트의 여러 그림을 이은 위 그림을 나는 알 수 없었다. 각 챕터의 소제목 위에 그려진 문양은 표지그림의 화가가 쓴 모자였다.
책의 헌사獻詞는 훈데르트바서의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였다. 진. 중. 권. 이름 석자는 내게 미학자보다 시사평론가로 먼저 다가왔다. 그와 나는 같은 진보정당 당원이었다. 막돼먹은 세상에 대한 분노를, 그의 톡 쏘는 콜라 같은 언쟁에서 위안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언젠가 말했다. “논객보다는 본격적인 미학사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고. 그가 추구하는 ‘실존미학’은 사회현실과 시대 변동을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군립도서관 검색창에 ‘진중권’을 입력했다. 10여권의 책이 떠올랐다. 한 권 한 권 섭렵해야겠다. 우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