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학 오디세이 3
지은이 : 진중권
펴낸곳 : 휴머니스트
20여년 만에 《보르헤스 전집》을 다시 잡으면서 1권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 어느 글에선가 진중권식 소설 독법에 대해 귀동냥을 했다. “보르헤스의 소설을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군요.”- 그 글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3』 이었다. 제사題詞로 「알렙」과 「아베로에스의 추적」의 구절이 쓰였다. 저자는 철학적 문제를 표명하는 미적 엠블럼으로 보르헤스를 등장시켰다. 「원형의 폐허」, 「케네디를 추모하며」, 「바벨의 도서관」, 「신의 글」, 「피에르 메나르, 돈 키호테의 저자」, 「알렙」, 「아베로에스의 추적」의 글귀를 인용했다.
『미학 오디세이』는 형식으로 미학사를 본문에, 철학사를 대화로, 예술가 모노그래피로 에셔, 마그리트, 피라네시를 독립적으로 등장시켰다. 1・2권의 에셔와 마그리트는 다소 낯이 익었지만, 3권의 피라네시는 낯설었다.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iranesi, 1720-1778)는 이탈이라 건축가・판화가였다. 시적 환상과 묘한 분위기로 가득한 그의 판화는 고대 로마 유적들을 동판에 담아 로마건축의 위대성을 알렸다. 책은 4개장에 33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다. 챕터 「피라네시의 세계」는 1 - 9까지 감옥, 탑, 바퀴, 탈옥, 미로, 숭고, 고문, 계단, 꿈에 판화 작품을 실어 미학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저자에게 피라네시는 미술가를 뛰어넘어 당대의 문화 현상을 해석하고 보여주는 철학자였다.
저자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0년 만에 3권을 썼다. 근대철학의 관점에 서있는 1・2권은 예술을 ‘소통’으로 봤지만, 3권에서 다루는 현대 예술은 더 이상 ‘소통’이 아니었다. 근대 이전의 예술은 현실을 재현했다. 현대 예술은 보이지 않는 현실을 현시했다. ‘사라짐의 미학’은 세계가 사라지고, 재현이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모던 타임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디자인한 독일 철학자들의 미학을, ‘숭고와 시뮬라르크’는 독일 사상가들의 숭고와 시뮬라르크 미학의 단초가 프랑스 사상가들에 의해 급진화되는 과정을, ‘다시 가상과 현실’은 원본과 복제가 서로 자리를 바꾸고, 가상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을 다루었다.
“모든 새로운 것은 단지 망각일 뿐······ -솔로몬의 격언을,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용한 것을, 보르헤스가 인용한 것을, 다시 인용했다.” 책의 헌사獻詞 였다. 사진과 영화는 원작과 복제를 구별할 수 없다. 처음부터 복제된 상태로 원작이 된다. 원본 없는 복제를 ‘시뮬라르크’라고 불렀다. 1・2권은 철학사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사로 풀었다. 3권에서는 불청객 디오게네스가 등장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합리주의적 주류를 대표하고, 디오게네스에서 니체로 이어지는 비합리주의적 비주류를 대립시켰다.
『미학 오디세이』는 현재까지 150만권 이상이 팔렸고, 지금도 1년에 2만권 이상이 나가는 스테디셀러였다. 책은 그시절, 생소했던 미학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90년대 인문교양서의 스테디셀러를 주도한 명저였다. 1994년 책을 처음 냈던 서른 줄의 청년은 이제 환갑이 다 되었다. 그는 현대예술을 소개한 3권에 가장 애착을 가졌다. 현대인에게 현대예술은 왜 어려울까. 저자는 말했다. “현대예술은 쾌락이 아니라 충격을 준다. 작품만 봐서는 안되고 작품과 연관된 이론, 논쟁까지 알아야한다. 그럼에도 볼수록 피곤해지는 현대예술이 중요한 이유는 이 작품들이 ‘아방가르드’이기 때문이다.”